유권자들이 실망하고 있는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권이 정당이기주의나 의원 개개인의 이해 관계에만 집착해 정치개혁의 핵심을 피하거나 호도하는 ‘빗나간 개혁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당면한 정치개혁의 내용은 간단히 정당제도의 민주화와 선거제도의 효율성으로 집약할 수 있다. 어떻게 돈 적게 드는 선거를 하고 참신한 인물을 뽑느냐 하는 문제다. 투명하고 깨끗한 선진 대의제도를 정착시켜보자는 것이 모두의 바람이다.
그러나 지금 여야가 하고 있는 정치개혁 작업은 그와는 동떨어져 있다. 정당 지도부는 정치개혁을 자기당 의석 늘리는 데 이용하려 하고 의원 개개인은 다음 선거의 당선에만 온 신경을 쏟고 있다. 그러다 보니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기로 한 공동여당의 실무선 합의가 어느날 아침에 당 고위층 발언으로 갑자기 중선거구제로 바뀌는가 하면, 서로가 선거구를 갈라먹는 식의 타협책도 스스럼없이 나온다. 이처럼 개혁 대신 ‘밥 그릇 싸움’만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정치권에 누가 신뢰를 주겠는가.
그래서 정치권이 추진중인 정치개혁에 시민단체나 학계 등의 참여가 절대 필요하다는 주장이 어느때보다 설득력을 얻고 있는 중이다. 이는 정치권이 정치개혁에 대한 유권자들의 눈높이를 전혀 맞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당장 39개 시민 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정치개혁방안을 내놓을 수 밖에 없게 된 저간의 사정을 뼈저린 반성의 눈으로 살펴봐야 할 것이다. 오죽하면 시민단체들이 게리맨더링을 피하는 방안으로 선거구획정위원회에 국회의원을 배제하고 중립적인 민간전문가만 참여토록 하자는 제의까지 했을까.
정치권의 개혁작업에 대한 불신이 이처럼 팽배한 상황에서 여야가 어제 정당은 빠지고 선관위와 시민단체만의 6·3재선거 부정감시단을 구성하기로 합의한 것은 일단 바람직한 일이다. 사실 6·3재선거는 정치개혁에 대한 여야의 의지를 다시 한번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다. 여야가 이번 재선에서 정치개혁의 핵심인 돈 적게 드는, 깨끗한 선거의 모범을 보여야 정치권의 개혁의지에 대한 유권자들의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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