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해태와의 3연전을 위해 광주에 내려온 천감독은 팀이 잘나가는데도 불구하고 어두운 얼굴로 “경기마다 살얼음 위를 걷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내숭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천감독의 근심은 공수에서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부상과 후유증으로 그라운드에 제대로 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
팀의 에이스 최향남이 부상을 당했고 재치있는 플레이로 ‘꾀돌이’라는 별명을 가진 부동의 유격수 유지현도 2군에서 몸조리를 하고 있다.
박경완(현대)과 함께 90년대 최고의 포수로 꼽히는 김동수는 고질적인 허리부상으로 팀이 치른 31경기에서 7경기나 결장했다.
12일 해태를 6대0으로 제압한 천감독은 경기가 끝나자 비로소 예전의 밝은 얼굴을 되찾았고 굳게 닫았던 입에서 특유의 달변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천감독이 유쾌해진 이유는 바로 김동수의 부활.
김동수는 이날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아닌 선발 손혁을 ‘심리학박사’처럼 리드하며 해태타자들의 헛방망이질을 유도해냈다.
김동수는 이날 공격에서도 부활했다. 4타수 2안타에 올시즌 첫 홈런.
프로 10년차 김동수의 노련한 투수리드를 믿기 때문에 심재학―김상태―김광삼의 초보투수 3인방을 과감하게 선발로테이션에 넣었던 천감독의 이날 함박웃음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
90년 LG창단과 함께 프로에 데뷔, 포수로는 최초로 신인왕을 거머쥔 김동수. 지난해에는 자신의 한시즌 최다홈런 타이인 20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팀의 상승세를 주도했다.
그러나 고질적인 허리통증으로 훈련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김동수는 시즌 개막전에 마스크를 조인성과 김정민에게 내줘야했다.
그의 허리병은 10년째 경기내내 쪼그리고 앉아 있어야 하는 포수로서는 운명과 같은 ‘직업병’. “포수하려면 참을 수밖에 없어요.” 김동수가 담담하게 말하는 ‘통증해결법’이다.
김동수는 홈런포 발동이 너무 늦게 걸리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제부터 밀린 것 빨리빨리 갚아 나가야지요”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광주〓전 창기자〉jeon@donga.com
구독
구독 458
구독 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