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닥터]이식수술, 갖다붙인 「뒤」가 문제

  • 입력 1999년 5월 13일 19시 34분


미모의 여배우가 교통사고로 뇌사상태. 병원엔 얼굴 이식을 원하는 여성들의 전화가 줄을 잇는다. 소설 같은 얘기가 곧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최근 프랑스 리용과 미국 루스빌에선 손 이식수술이 잇따라 성공했다.

손은 27개의 뼈, 35개의 근육, 30개의 관절로 이뤄져 이식이 까다롭다. 이 수술이 성공하자 일부에선 얼굴 유방 자궁 목 턱 등의 이식도 뒤이을 것이라며 흥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최근 특집으로 실은 ‘새 이식수술의 희망과 문제점’을 중심으로 이식수술의 경향과 미래를 알아본다.

★이식수술 어디까지 왔나★

67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크리스티안 버나드박사가 심장 이식에 성공한 뒤 간 콩팥 허파 등의 이식술이 각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90년대 들어 이탈리아의 니콜로 스쿠데리박사는 남성 3명에게 성기를 이식했다. 의학계에선 목숨을 연장하는 것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부문에서 이식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2세대 이식’의 시작으로 평가.

이들 환자가 제대로 성생활을 하는지는 의문이지만 최근 손을 이식받은 환자는 지금까지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

미국 루스빌에서 손 이식수술을 담당한 존 바커박사는 “외모가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턱 이식도 성공했다”면서 “화상 환자에게 얼굴을 이식하는 수술도 보편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일부 병원에선 혀 무릎 후두 기관지 허벅지 등의 이식도 공공연히 시도되고 있다.

최근엔 병을 치료하는 새 차원의 이식술이 선보이고 있다. 근무력증 환자에게 근육세포를 이식하는 수술은 우리나라에서도 선보였다. 미국에선 당뇨병환자에게 정상인의 췌장세포를 이식해 인슐린이 나오도록 하는 방법으로 치료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곧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 미국에선 에이즈환자에게 ‘가슴샘’을 이식해 면역기능을 복구하게 하는 수술법도 연구 중이다.

★문제점★

미국 피츠버그대의 라몬 럴박사는 “생명에 지장이 없던 사람이 수 억원을 들여 이식수술을 받은 뒤 후유증으로 숨질 수 있다”고 경고.

이식수술을 받으면 면역체의 거부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독한 약을 먹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당뇨병 암 등에 걸릴 수 있고 면역체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병균에 감염될 위험이 높아진다.

또 거부반응이 10여년 뒤 갑자기 나타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새 이식수술은 ‘임상시험’의 성격이 짙기 때문에 환자가 숨질 위험이 크다는 것. 의사들이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자기 분야 밖에서 문제가 불거져 나올 때 대처하기도 어렵다.

또 대부분 수술비만 2억원이 넘고 평생 병원에 다녀야 한다.

★기술적 해결책★

의료계에선 이식받는 사람이 면역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방법을 찾는데 몰두하고 있다.

피부나 근육세포 이식에는 두 사람의 세포가 섞이면서 거부반응을 줄이도록 하는 ‘키메라식 시술’이 시도되고 있다.

이식할 세포나 조직을 특수처리해 이식하는 방법도 쓰이고 있다. 당뇨병 환자에게 이식하는 췌장세포는 특수캡슐로 싼 다음 복강에 넣어 항체가 공격하지 못하도록 한다. 이밖에 이식받는 사람의 세포를 유전자 처리하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