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지난달 말 사상 최대의 병무비리 수사결과라면서 1백명을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병무비리자 전체의 62%가 부유층이 많이 사는 서울 강남지역에 거주한다는 통계까지 곁들였다. 비리자 명단은 부동산업자 중소기업인 연예인 등 민간인이 다수를 차지했다. 당시 발표를 본 일반국민 사이에는 이미 핵심 권력층과 군 고급간부가 빠져있으니 이상하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대부분 자영업자들만 건드렸지 국회의원이나 고위공무원, 대기업인은 없었고 장성이나 군 권력기관 간부도 비켜 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런 쑤근거림이 일부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이는 병무비리 자체를 넘어 정부와 사정감독기관에 대한 신뢰까지 금가게 한다는 점에 더 큰 심각성이 있다. 지금 과연 개혁정책이 실천되는지 의심스럽다.
한 지방 군병원에서 의정하사관으로 복무했던 전역자 김모씨가 병무비리에 대한 양심선언을 하려다가 국방부 고위관계자의 사전 저지로 불발에 그쳤다는 것도 군 개혁의 적신호로 우려된다. 김씨는 고위층들이 대부분 서울을 피해 지방 군병원에서 병역 면제판정과 의병제대를 얻어내기 위한 뇌물공세를 벌인다는 사실을 공개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거기서 군병원을 감시 감독하라고 파견된 기무사 요원 등 기관원들이 군의관이나 의정요원에게 압력을 넣거나 공범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부패고리가 고구마 줄기처럼 감춰져 있는 군대조직이라면 제아무리 비싼 첨단장비로 무장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우리는 비리척결과 사정이 지속적으로 실효성있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도 내부 제보자를 보호하는 법제적(法制的)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방부는 이번 병무비리 양심선언 방해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엄중 문책하기 바란다.
또 1천만원 이상 2천8백만원씩을 받고 병역을 면제해 준 국군수도병원의 영관장교와 대위 등 6명이 기소유예로 석방됐다는 것은 뇌물의 액수로 봐서도 석연치 않다. 군 병원 복무자들이 제대후 개업자금을 번다는 세간의 소문을 규명하기 위해서도 그 배후를 낱낱이 가려야 한다. 정부는 병무비리 수사과정의 비리를 철저히 조사해 엄벌하고 재발방지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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