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金대통령의 「박정희 찬양」

  • 입력 1999년 5월 14일 19시 08분


우리 현대사에 있어 박정희(朴正熙) 전대통령만큼 그 평가에 대한 시각이 상반되는 인물도 드물 것이다. 박정희 전대통령을 높게 평가하는 관점은 일제 식민지시대 이후 6·25전쟁을 거치면서 피폐해진 국민 정신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사고와 자신감을 불어넣어 고속경제성장을 이뤄냈고, 그것이 결국 민주화의 물적(物的)기반이 되었다는 것이다.

반면 그를 비판하는 시각은 비록 그가 근대화를 이루었다고는 하나 그 과정에서 나타난 불평등 성장과 정경유착, 심각한 인권유린 등 반민주적 개발독재는 단지 경제성장만으로 대체할 수 없는 악폐를 쌓아왔다는 것이다.

한 시대의 지도자라면 누구나 공과(功過)가 있게 마련이고 박정희 전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 또한 아직 완결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시대상황에 따라 평가가 몇 번이고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3일 “박 전대통령이 이제는 역사속에서 존경받는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고 재평가하고 그에 대한 추모사업을 정부적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정희 전대통령에 의한 최대 정치적 피해자라 할 수 있는 김대통령이 가해자를 용서하고 그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킨 것은 개인적으로 보면 미덕이요, 아름다운 관용이라고 할 만하다. 문제는 김대통령이 박전대통령을 ‘찬양’하고 정부차원의 추모사업 지원을 밝힌 시점과 장소에 비추어 그 발언에 ‘정치적 계산’이 내재되어 있다는 오해를 살 만한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박전대통령 추모사업 지원이 지난 대선때의 공약사업이라고는 하나 그때의 공약이 다분히 표를 얻기 위한 ‘정략적 차원’이었듯이 이번 발언에도 그런 ‘정략’이 숨어있지 않겠느냐는 의심을 살 만한 것도 사실이다. 현집권세력은 내년 총선과 2002년의 정권재창출을 위해 이른바 ‘동진(東進)정책’에 의한 전국정당화에 힘을 쏟고 있다. 정치개혁의 초점도 그것에 맞춰져 있다고 할 수 있다. 화해를 통한 동서화합으로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해소하려는 노력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일도 때와 장소가 맞아야 되는 법이다. 더구나 김대통령 자신은 이미 오래전부터 박전대통령을 용서해 왔다고는 하나 김대통령이 오랜 세월 ‘박정희 비판자’이었던 것을 아는 많은 국민은 김대통령의 이번 박전대통령 ‘찬양’에 혼란을 느낄 만도 하다.

박정희 전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상반된 현실에서 그에 대한 추모사업을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지원한다는 것도 개운치 않다. 이럴 경우 이승만(李承晩) 전대통령 등 다른 대통령과의 형평성도 문제다. 이러저러한 점에 미루어 볼 때 박정희 전대통령에 대한 추모사업은 그를 진정 추모하는 민간에 맡기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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