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밀레니엄 베스트]원근법

  • 입력 1999년 5월 17일 09시 28분


서양 예술작품만 놓고 볼 때, 지난 1천년 중 가장 획기적인 예술작품은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 작품은 1480년대에 안토니오 디 투치오 마네티라는 사람이 쓴 필리포 브루넬레스키의 전기에만 잠깐 언급돼 있다. 플로렌스의 건축가인 브루넬레스키는 2차원의 종이위에 3차원을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원근법을 발명한 사람이다. 원근법은 소실점 덕분에 소기의 효과를 낸다. 즉 관찰자의 앞에서 뻗어나간 모든 평행선이 한데 모임으로써 마치 평면에 깊이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원근법을 이용하면 자기집 뒤뜰에 있는 바비큐가 옆집의 정원보다 더 가까워보이는 모습을 현실과 똑같이 그림으로 묘사할 수 있다.

마네티에 따르면 브루넬레스키는 한가지 실험을 통해 원근법의 효과를 입증했다(그림). 그 실험은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워도 사실은 간단하다. 우선 그는 작은 나무판자 위에 원근법을 이용해서 플로렌스에 있는 산지오반니 교회를 그렸다. 그 다음 그판자 중앙에 작은 구멍을 뚫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교회앞 광장에 서서 한손으로 그 나무 판자의 뒷면을 얼굴에 대고 중앙의 구멍을 통해 교회를 바라보게 했다. 그 다음에는 나머지 한손으로 판자앞에 거울을 들고 다시 구멍을 통해 판자에 그려진 그림이 거울에 비친 것을 보게 했다. 그 결과 그 사람은 거울을 들었을 때나 밑으로 내렸을 때나 같은 광경, 즉 똑같은 모습의 산지오반니 교회를 볼 수 있었다. 마네티는 자신의 책에서 “내가 그것을 직접 내손에 들고 여러번 보았기 때문에 증언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조그만 그림을 이용한 브루넬레스키의 실험은 사실 작은 재주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원근법은 예술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 화가가 종이나 나무판자 또는 캔버스위에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넣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브루넬레스키의 원근법 덕분에 레오나르도 다빈치, 쿠르베, 드가, 쇠라, 로드셴코, 스미손, 터렐 같은 화가들이 이세상을 손에 잡힐듯 그려내고 갖가지 사상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자연의 모습을 재현할 수 있었다.

예술은 길다는 말이 있다. 따라서 이미 사라져 버리고 없는 브루넬레스키의 산지오반니 교회 그림을 지난 1천년의 상징적인 예술작품으로 선택한 것이 조금 이상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그림은 원근법의 효과를 실제로 보여줌으로써 화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화가는 이제 우주를 이해하는데서 더나아가 시각적인 형태로 표현할 수도 있는 사람이 되었던 것이다.

▽필자:마이클 키멜만〓뉴욕 타임스의 미술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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