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중항쟁’은 불의(不義)한 권력에 저항해온 우리 민족의 위대한 전통을 계승하고 80년대 이후 이 땅의 민주화를 이끈 정신적 바탕이었다. ‘문민정부’를 거쳐 ‘국민의 정부’에 이른 오늘의 시점에서 권력자든 정치인이든 그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웬일인지 입을 다물고 있다. ‘5·18 광주’에 정치적 빚을지고 있는 집권세력측은 더욱 조심스러운 것 같다. ‘5·18 광주’보다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영남권 민심얻기에 급급한 눈치이다.
목청을 높이는 측은 오히려 ‘80년 5월의 가해자’라 할 5공세력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위는 “폭동을 진압한 것으로 진압군의 역할도 재평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불과 2년여전 대법원이 그들을 국가반란과 내란죄 등으로 단죄했던 역사적 심판을 당당하게 뒤집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이미 집권세력의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전라도 땅을 밟기도 했다. 그러나 ‘5월 항쟁’의 영령들이 누워있는 묘역 참배는 한마디로 거절했다. 진정 사죄해야 할 측은 고개를 들고 있는 반면 사과를 요구해야 할 측에서 화해를 구걸하는 듯한 형국이다.
현정권이 박정희(朴正熙) 전대통령과의 화해 명분으로 내세운 것처럼 5공세력과의 화해가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국민통합에 기여한다면 화해 그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진정한 화해는 진실을 전제로 할 때만이 이루어진다. 엄정한 역사 평가, 가해자측의 진정한 사과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화해란 흔히 ‘정략적 술수’로 역사를 왜곡하거나 피해자의 상처를 들쑤실 뿐이다. 개인적 용서와 관용은 미덕일 수 있으나 그것이 역사의 잣대가 될 수는 없다.
‘5·18 민중항쟁’을 고귀한 민족민주정신으로 승화시키고 그날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진정한 용서와 화해의 악수를 나눌 수 있도록 하려면 오늘 정치권이 보이고 있는 편의주의적 역사 해석, 정략적 동서통합 등은 버려야 한다. 지금 광주시민들은 “화합을 애원하고 싶지는 않다”고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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