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버스를 탔는데 빠듯한 약속시간 때문에 마음이 급해져서인지 시끄러울 정도로 큰 라디오 소리에 짜증이 나더라고요. 큰 맘 먹고 운전사에게 소리를 좀 줄여달라고 말했다가 욕설을 듣고 얼마나 민망했던지….”
가장 대표적인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시민의 발’로 꼽히는 시내버스.
무엇보다 공중예절이 필요한 시내버스에서의 짜증스러운 풍경이 시민들을 불편하게 한다.
붐비는 차안에서의 듣기 싫은 라디오방송은 심할 경우 운전사와 승객 사이에 말다툼을 낳기도 한다. 야구와 축구 등 운동경기 중계방송을 할 때면 특히‘라디오 소음’이 심하다.
서울의 시내버스 11개 노선을 운영하고 있는 H운수 관계자는 “운전사들에게 라디오를 주로 뉴스시간에만 틀고 가급적 승객의 요구에 따라 라디오방송을 틀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운전사들도 할 말은 있다.
“승객이 열이면 열명 모두 입맛이 제각각인데 어떻게 승객의 요구를 맞출 수 있습니까. 또 낮시간에는 솔직히 많이 졸리기 때문에 신나는 음악이나 연예인들의 ‘수다’라도 듣는 게 무슨 잘못입니까.”
노원구 하계동과 서대문구 대현동을 오가는 버스를 10년 남짓 운전해온 박기순씨(53)의 항변이다.
서울시는 현재 민원전화(120번)를 통해 교통불편신고를 접수, 해당 구청으로 이송해 심의위원회를 거쳐 교통불편을 야기한 버스회사에 대해 최저 10만원에서 최고 1백80만원까지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교통불편 신고대상에 버스안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소한’ 문제들은 대부분 제외되고 있다.
제대로 몸을 가누기 힘들만큼 비좁은 차내에서도 다리를 최대한 넓게 벌리고 앉아있는 ‘건장한’ 아저씨들이 있다.
노인과 애기를 업은 아주머니가 바로 옆에 서 있어도 눈을 꼭 감고 꿋꿋하게 ‘억지잠’을 청하는 젊은이들도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휴대전화기와 주위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통화자들의 통화소음도 심각한 정도지만 별다른 개선책이 보이지 않는다.
서울시 교통위반단속반 관계자는 “버스안에서 시민들이 겪는 일상적인 불편은 행정처분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며 “운전사와 승객들이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예절의식을 갖추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