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의 업적을 찬양하는가 하면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은 ‘독재자를 찬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김대통령을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정치세력화를 도모하고 있는 김전대통령과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은 서로가 대결태세이고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 역시 ‘후계자 잘못 선택’ 운운하며 이같은 탁류(濁流)에 합류하고 있다.
전직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이미 성취한 사람이다. 더 이상의 욕심이나 야망을 가진다면 그 자체가 헛된 것일 뿐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전직대통령들은 여전히 정치지향적이고 정치세력화에 부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들은 총선을 앞두고 지역감정을 이용해 각각 자기 지분을 챙기려는 속셈인 듯하다.
이같은 전직대통령들의 모습을 보면 더욱 안타깝게 생각되는 것은 그들의 활동이 자신의 정치적 과오를 덮어 버리자는 불순한 동기에서 출발하고 있지 않느냐는 점이다. 어떻게 하든 환란의 책임자라는 오명을 벗어나려는 김전대통령이나 쿠데타로 권력을 빼앗았다는 사실을 덮으려는 전전대통령 모두가 마찬가지다.
전직대통령들이 이처럼 국가의 장래보다는 ‘정치적 욕심’에서 모양새 좋지 않은 행보를 하는 데에는 현정권이 틈새를 준 책임이 크다. 이른바 ‘동진(東進)정책’을 취하고 5공세력에 화해라는 명목으로 먼저 ‘은근한 눈짓’을 보낸 쪽은 바로 현정권이다.
김대통령은 일반적 원칙은 제시하지 않은 채 박전대통령에 대해서만 기념관건립지원을 약속하며 그의 업적을 치켜세웠다. 왜 이 시점에서, 그것도 하필 대구에서 그런 ‘찬양’을 했는가. 솔직히 말해서 이는 내년 총선을 의식한 현정권의 ‘경상도 표모으기’라는 설명외에 달리 변명할 방법이 없다고 본다.
반면 5공세력은 현정권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 자신들의 명예를 회복하려 하고 ‘문민정부 세력’은 현정권에 맞서 자신의 텃밭을 다지겠다는 태세다. 결과적으로 어떻게 하든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야겠다는 현정권의 욕심과 구세력들의 ‘기회주의’가 정치적 가치나 도덕성을 흐려놨다.
당장 눈 앞의 표만 의식한 단견적인 정치가 계속되는 한 정치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지역을 볼모로 정파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정치행태는 지역갈등을 부채질하고 이 사회의 분열을 심화시킨다. 지금 전직대통령 등에 의해 빚어지고 있는 혼란스러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김대통령의 마음을 비운 ‘큰 정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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