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까지만 해도 샌더스(해태)와 이병규(LG)가 선두다툼을 벌였던 99프로야구 홈런왕 판도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라이언 킹’ 이승엽(삼성)과 ‘흑곰’ 우즈(두산)의 대결로 재편됐다.
‘몰아치기의 달인’ 이승엽은 4월26일 현대전부터 16일 쌍방울전까지 18경기에서 무려 13개의 홈런을 쓸어담아 단숨에 홈런선두(17개)로 뛰어오르며 토종타자의 자존심을 세웠다.
‘여름 사나이’란 별명에 걸맞게 지난해 6,7월에 23개의 홈런을 날렸던 그는 올해 홈런 페이스가 한달반 정도 앞당겨져 지난해 우즈가 세운 한 시즌 최다홈런(42개) 경신을 일찌감치 예약해둔 상태다.
경기당 홈런수가 0.47개로 2경기에 1개꼴로 홈런을 때린 그는 이 추세면 올시즌 62홈런도 가능하다는 계산.
국내 최강의 파워히터로 언제 어디서 어떤 코스로도 홈런을 때릴 수 있는 우즈는 올해도 초반 줄행랑을 치는 이승엽을 묵묵히 따라가고 있다. 그는 5월들어 피치를 올리기 시작해 17일 LG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며 처음으로 단독 2위에 올라섰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아킬레스건이 있다. 이승엽은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우즈에게 9개차로 앞서다 역전당한 뼈아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반면 우즈는 9월 이후 11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대역전에 성공했지만 올해는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와 달리 투수의 집중견제도 걸림돌이다.
그러나 이승엽은 올해 시즌중에도 경산구장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계속하며 막판 체력저하에 대비하고 있다. 우즈 또한 홈런왕 2연패의 야심을 불태우고 있어 이들 두 거포가 벌이는 홈런왕 제2라운드 경쟁은 99프로야구 최고의 흥행카드가 되고 있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