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을 앞둔 어느날 싱글튼과 벤자민, 주희정 등 팀 주전들이 훈련은 제쳐두고 매직펜으로 농구화에 새겨진 상표를 지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소속팀이 시즌동안 신기로 한 계약사의 농구화가 떨어지자 나머지 경기에서는 타사 제품을 신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
엄연한 계약위반이지만 어쩔수 없었다. 싱글튼과 벤자민의 발치수는 3백10㎜. 이 정도 크기의 신발은 국내수요가 거의 없어 메이커에서 수량을 맞추지 못한 것. 시즌 동안 선수들이 농구화를 보통 7,8개나 갈아신어야 한다는 것을 후원사에서 미처 간파하지 못한 결과였다.
발치수가 2백80㎜인 주희정의 경우는 마침 발에 맞는 신발이 없었던 것.
한바탕 난리를 치른 삼성구단은 다음부터는 신발 스폰서를 선수들의 투표로 정하기로 했고 최근 이를 위해 투표를 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용병 보스먼이 일반 농구화와 달리 발목을 덮지않는 테니스화만 고집해 홍역을 치렀던 대우 제우스도 새로 영입할 용병에게는 반드시 ‘신발 취향’을 확인할 예정.
〈전 창기자〉jeo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