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미혼여성 「부인과 질환」 방치말라

  • 입력 1999년 5월 20일 19시 23분


올 봄 대학에 입학한 뒤 체중 8㎏을 줄인 김모양(19)은 두 달 전 갑자기 월경이 멈췄다. 병원에선 여성호르몬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발생하는 ‘무월경증’으로 진단했다. 대입 수험생 최모양(17)은 최근 조회 시간에 정신을 잃었다. 월경이 열흘 이상 지속되는 ‘기능성 자궁출혈’로 빈혈이 생긴 것.

‘부인과질환’을 앓는 소녀나 미혼여성이 적지 않다. 울산대의대 서울중앙병원 미성년여성클리닉의 강병문교수는 “부인과질환은 결혼뒤에나 생기는 것으로 여겨 방치하다 병을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사춘기여성클리닉 최두석교수는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도 산부인과는 기혼여성이나 가는 곳이라고 생각해 산부인과에 오기를 꺼린다”고 말한다.

최교수는 최근 3년 동안 사춘기여성클리닉을 찾은 25세 미만의 미혼여성 8백51명을 조사해 흔한 부인과질환은 △기능성 자궁출혈(22.6%) △무월경(19.5%) △질염(16.9%) △월경곤란증(14.2%) △난소의 혹(8.2%) 등의 순이라는 결과를 얻었다.월경량이 너무 많고 멈추질 않아요‘기능성 자궁출혈’의 주 증상. 자궁의 기능은 정상이지만 여성호르몬의 분비에 이상이 생긴 탓. 출혈이 많으면 빈혈이 생긴다.

초경이후 3,4년간은 ‘불완전한’ 여성이어서 별다른 질환없이 호르몬 분비만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 그러나 △피가 잘 굳지 않는 ‘혈액응고장애’ △염증이나 외상 등으로도 생긴다.

성인의 경우 스트레스가 주 원인이다.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한 달 정도 호르몬치료를 받으면 좋아진다.월경을 안해요‘무월경증’은 △만 16세 이후에도 월경을 하지 않은 ‘일차성’과 △갑자기 월경주기의 3배 이상 월경을 하지 않는 ‘이차성’으로 나뉜다.

일차성은 난소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조기치료하면 ‘자궁’의 기능은 정상으로 유지할 수 있다.

갑자기 월경이 멈추는 무월경증은 △심한 운동이나 다이어트로 호르몬분비에 이상이 생기거나 △호르몬은 제대로 분비되지만 배란이 되지 않아 월경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으면 ‘갱년기여성’처럼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가는 ‘골다공증’이 될 뿐 아니라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 또 호르몬은 나오지만 배란이 되지 않을 때는 자궁내막증에 걸릴 위험이 있다.‘분비물’에서 냄새가 나요‘질염’은 월경을 하지 않는 어린이가 산부인과를 찾는 주 원인. 질분비물에서 심한 냄새가 나거나 질부위가 몹시 가렵다. 배변 후 항문에서 앞쪽으로 ‘뒷처리’를 하는 등 잘못된 위생관리 때문에 발병. 항생제로일주일정도치료하면 낫지만그대로두면골반에 염증이생겨불임이 될 수도 있다.한달에 한 번씩 결석(근)해요월경통이 심해 매달 한 번씩 ‘결석계’를 내는 경우. 대부분은 자궁을 수축시키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이 너무 많이 나오기 때문. 월경이 시작되면 2,3일간 프로스타글란딘 억제제를 먹으면 도움이 된다. 중독성과 부작용이 거의 없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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