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적으로 수사권독립 문제에 대한 검경간의 논란 직후 벌어진 일이어서 이해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 과거 검경간에 미묘한 갈등이 있을 때 경찰관이 다수 구속된 전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정보국장 구속을 그런 시각으로 볼 일은 아니다.
비리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이상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경찰 고급간부가 아파트관련 비리수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의 대가로 2천2백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는 중대한 사안이다. 따라서 사법처리는 당연하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가혹행위 등 불법적 방법이 동원됐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표적수사’ ‘보복수사’ 운운하며 수사권독립 문제와 연계시켜 보는 것은 온당치 않다.
정보국장이 구속되던 19일밤 경찰 고위간부들의 분위기는 검찰성토 일색이었다는 보도다. 아무리 감정이 격앙됐다 하더라도 고위간부들이 비이성적 반발에 앞장서는 것은 옳지 않다. 15만 경찰의 사기(士氣)도 고려해야 하는 그들의 입장을 이해 못할 바 아니나 다른 한편 그로 인한 부작용도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정보국장의 사표는 즉각 수리됐지만 후임자는 당분간 임명하지 않고 직무대리 체제로 갈 모양이다. 경찰의 핵심 요직인 정보국장 자리를 당장 채우지 않겠다는 것이 혹시 ‘반발’의 표시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김광식(金光植)경찰청장은 내부 인사요인 때문이라며 이를 강력히 부인했다.
어쨌든 경찰청장이 사건보도 하루뒤인 20일 국민에게 사과하고 경찰의 근신과 자숙을 다짐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수사권독립 문제를 둘러싼 검경간의 소모적 갈등이 무기한 계속되고 매사를 이 문제와 관련짓는 자세는 옳지 않다.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양측의 집단이기주의가 국민에게 불안과 불편을 주어서는 안될 일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수사권독립 논쟁이 갑자기 수면 아래로 잠복했지만 물밑싸움은 계속되는 양상이다. 물밑에서 로비를 벌이고 서로 비난하는 모습은 당당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해결책이 될 수도 없다.
이번 정보국장 구속과는 별도로 수사권독립 문제를 다시 수면위로 떠올려 진지하게 논의를 벌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필요하다면 검경이 연구위원회를 공동 구성해 이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검토하는 방안도 고려해 봄 직하다. 요컨대 수사권독립 문제는 힘겨루기가 아닌 이성적 논의를 통해 결론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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