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과 소득재분배를 명분으로 확대개편된 국민연금제도가 오히려 국민통합과 소득재분배를 저해하고 있다.
연금보험이 노후생활과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한다는 일반적 보험기능의 차원을 넘어 소득재분배 기능까지 해야 하느냐는 문제는 가치판단의 영역에 속할 것이다.
다만 이러한 소득재분배 기능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모든 가입자의 소득을 정확히 파악하고 소득 수준에 맞게 보험료를 부과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 조세제도에서는 자영업자의 소득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10일 마감한 소득신고를 보더라도 자영업자의 평균신고 소득이 봉급생활자보다 훨씬 낮게 나타났다. 소득재분배는커녕 자영업자와 봉급생활자 간에 소득 역진(逆進)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봉급생활자의 불만이 팽배해 일부에서 납부거부 움직임까지 나타나 결과적으로 국민통합을 해치고 있다.
국민연금이 ‘노후보장’이라는 목표를 공평하게 달성하려면 대수술을 하거나 제도를 보완할 수밖에 없다.
대안으로 두가지 방안이 있다. 첫째,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이 어렵다면 자영업자와 봉급생활자의 연금을 현행 국민연금제도 내에서 별도 연금제도로 분리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영업자의 경우 노후 최저생계비를 보장하는 수준에서 정액으로 연금보험료를 납부하게 하고 은퇴 뒤엔 정액으로 급여를 받게 하면 된다.
더 많은 노후 소득을 원할 경우 선택적으로 소득과 연계해 이에 상응한 보험료를 책정하면 된다. 소득재분배를 원한다면 자영업자 연금의 급여구조 내에서 균등부분을 포함하면 된다.
이미 군인 공무원 사립학교 교직원은 직종에 맞는 독립된 연금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자영업자를 굳이 일반 봉급생활자와 억지로 꿰어맞추려는 것은 무리다.
둘째, 자영업자를 현행 통합연금 체제에 포함시키려면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이 가능해질 때까지 한시적으로 급여액 산정시 직장근로자와 자영업자를 분리 적용해 차이를 둘 수도 있다. 그래야 집단간 불평등이 해소될 수 있고 내년부터 신규로 연금을 받는 봉급생활자의 연금수준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나성린(한양대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