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여성특집]미술작품속의 여성

  • 입력 1999년 5월 21일 10시 58분


지난 1천년간 여성들은 미술 작품 속에서 어머니로, 여신으로, 성적인 대상으로, 후에는 자신의 자리를 갖고 있는 예술가로 묘사되어 왔다.

예술은 권력을 나타낸다. 누가 도구를 갖고 있고, 누가 규칙을 결정하며, 누가 세상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지를 드러내주는 것이다.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세상의 이미지를 만들어온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였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서서 화가의 길을 택하는 여성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작품 속 여성의 이미지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12세기에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성모와 어린 예수의 조각에서 신성한 지혜의 구현자로서 중심에 있는 것은 어린 예수이고 성모는 예수의 옥좌역할에 그치고 있다. 1639년에 루벤스는 자신보다 무려 37세나 어린 아내와 자신을 그린 그림에서 아내는 어린애처럼,자신은아버지처럼아내를 이끌어주는 존재로 표현하고 있다.

반면 여성이 그린 가족의 이미지에서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풍겨나온다. 18세기의 프랑스 화가 르브룅이 자신과 자신의 딸을 그린 그림에서 두 사람은 꽉 조이는 드레스 대신 편안한 옷을 입고 마치 자매처럼 서로를 껴안고 있다.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본 예술작품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보티첼리와 티치아노가 그린 비너스는 관능적이며 남성의 시선을 위한 수동적인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티치아노의 그림에서 비너스는 16세기 비너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고급 매춘부 같은 분위기를 띠고 있다.

그러나 쉬잔 발라동이 그린 ‘푸른 방’(1923)의 여주인공은 옷을 입은채 담배를 피우며 책을 읽고 있다. 또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캐서린 오피는 최근 남장을 한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이는 성별 구분의 유동성에 대한 재치있는 표현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작품들은 모두 서구의 것이다. 그러나 여성 화가들에 의한 새로운 예술의 흐름은 전세계에서 발견된다. 일본 출신인 모리 마리코, 멕시코계 미국인인 욜란다 로페즈 등이 좋은 예이다.

▽필자〓홀랜드 코터:뉴욕 타임스 미술비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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