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차수/「정치자금 불균형」 언제까지

  • 입력 1999년 5월 21일 19시 28분


여야간 정치자금의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극심한 불균형’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 여당이 된 국민회의와 자민련도 불과 1년 5개월여 전 야당일 때 이런 현상을 놓고 분통도 터뜨리고 여당쪽에 비난을 퍼부어댔었다.

그리고 “우리가 정권을 잡는 세상에서는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취임 후 기회 있을 때마다 같은 취지의 얘기를 해왔다. 그러나 이유가 어떻든, 어느 쪽에 귀책사유가 있든 정권교체가 이뤄진 후에도 여야의 위치만 바뀌었을 뿐 구조적 문제는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국민회의가 20일 정권교체 후 세번째 개최한 후원회에는 1천여명이 몰려들었고 즉석에서 30억원 이상의 후원금 약정고를 기록했다. 국민회의는 지난해에도 2백92억원의 중앙당 후원금을 모금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지난해 6억여원의 후원금을 모금하는 데 그쳤다. 게다가 올해는 행사비용조차 건지기 어려워 후원회를 개최할 엄두조차 못낸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둘러싸고 여야가 벌이는 말싸움, 즉 “IMF사태를 맞은 국민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데 거액의 정치자금을 거둬들인 여당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한나라당) “한나라당은 과거 음성적으로 천문학적인 정치자금을 모금했으나 우리는 정경유착을 청산하고 투명한 정치자금을 공개모금하는 것”(국민회의)이라는 주장의 시비를 가릴 생각은 없다.

다만 이같은 불균형 구조가 엄존하는 상황에서 여야간 정권교체가 ‘단순한 입장 반전(反轉)’ 이상의 어떤 정치적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또 “기업인들은 눈치보지 말고 야당에도 정치자금을 제공하라”는 김대통령의 얘기가 과연 해답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김차수<정치부>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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