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에서도 성에 부계(父系)와 모계를 동시에 표기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김이(金李)아무개 하는 식으로 부모쪽의 혈통을 함께 밝히는 것이다. 사실 이제 우리의 가족형도 차츰 유럽과 미국사회와 같은 쌍계(雙系)가족의 형태를 띠어가고 있다. 가명(家名)은 아버지쪽을 따르지만 그렇다고 어머니쪽의 비중이 형편없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부부가 이혼하면 재산도 동등하게 나누는 추세이다.
▽그러나 생리적 우월성과 권력 독점을 바탕으로 한 남권(男權) 위주의 사회, 그 오랜 제도와 관습의 틀 아래에서 남녀 불평등이 근원적으로 해결되기에는 좀더 긴 시간을 필요로 할지 모른다. 특히 가부장적 의식이 강하게 남아 있는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남녀평등의 개념조차 남녀간 세대간 계층간에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보건복지부가 앞으로 유흥업소에서 남자종업원은 접대부로 고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하자 여성단체 등이 반발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접대부를 고용하지 못하게 할 것이면 남녀를 가리지 말고 해야지 남자접대부만 안된다면 여자접대부는 괜찮다는 말이냐, 그건 명백히 남녀평등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글쎄, 이 또한 어려운 문제다.
전진우<논설위원>young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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