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개각은 지난번과 같은 공동정권의 나눠먹기식 인사는 아니다. 정치인은 배제하고 전문관료집단을 중심으로 조각한 실무내각의 성격이 짙다. 그동안 본란이 정치논리에 좌우되지 않고 능력있는 실무내각을 구성하라고 촉구했던 사실에 비춰 볼 때 어느 정도 기대에 부합되는 개각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번 인선에서 청와대측이 인사원칙으로 내세운 전문성과 개혁성이 얼마나 충실히 고려됐느냐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환경부나 문화관광부장관의 경우를 그 예로 들고 싶다. 우리의 환경문제는 그 어느 사회현안보다 심각하다. 신임 환경부장관이 그같은 문제를 다룰만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소리가 환경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문화부 역시 지금까지의 장관인사가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논공행상식 인사여서 문화예술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많은 부처다. 신임 문화부장관의 경우 강력히 개혁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그의 정치적 배경은 인정하면서도 문화적 비전이나 안목에 대해서는 궁금해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같다.
개혁 능력이나 업적에서 문제가 없지않은 일부 인사가 발탁된 것도 눈에 띈다. 신임 법무부장관의 경우 정치적 판단력이나 청렴성은 주변의 평가를 받고 있으나 검찰의 개혁과 관련해서는 논란의 대상이 됐던 사람이다. 지난 2월의 검찰파동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있던 사람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그동안의 구조개혁작업에 따른 부작용을 생각하면 문제가 제기될만한 인사도 보인다. 경제팀은 실무형 기능형 인물들로 짜여져 안정적인 반면 정치논리에 휘말리지 않고 개혁정책을 펴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이어서 얼마나 소신있게 경제정책을 수행해나갈지 두고 볼 일이다.
전반적으로 볼때 이번 개각은 행정내각에 조점을 두었기 때문에 정책의 안정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실무형 팀으로 김대통령이 목표로 하고 있는 개혁작업을 제대로 이루어 낼지 일말의 의구심이 없지않다. 여하튼 2기 내각은 1기 내각때 있었던 정책혼선과 혼란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민의를 적극 수용하는 열린 내각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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