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작년말부터 올 4월말까지 기업체와 대학가를 상대로 단속을 벌인 결과 모두 3백여건의 불법복제 사례가 적발됐다. 개발업체들은 불법복제에 대한 성역없는 고발과 소송을 계속해 피해액을 모두 받아내겠다는 태도다. 그야말로 불법복제에 대한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검찰단속반과 함께 현장을 돌아다닌 소프트웨어재산권보호위원회(SPC) 관계자의 얘기를 들어보자. 대학 대기업 중소기업 공공기관 등 어느 곳에서든 “전원만 켜면 불법복제 프로그램이 나타날 정도로 무법천지였다”는 전언이다. 한 10대 그룹 계열사의 전산관계자는 “구조조정하느라 정품을 구입할 여력이 없는데 단속을 너무 강하게 한다”고 투덜댔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한술 더 떠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불법복제 프로그램을 한 두가지는 다 쓴다”며 “대기업만 단속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서울 충무로 인쇄업자들은 ‘복제소프트웨어가 깔려 있는 컴퓨터를 사서 썼을 뿐’이라고 반발했다. 이처럼 불법복제에 대한 기본 인식이 안돼 있는 것이다. 부산의 한 대학에서는 학교측이 복제프로그램의 사용을 금지하는 바람에 관련 수업이 중단됐다는 기막힌 소식이 들린다. 서울 시내 일부 학교에서는 수십대의 학교 컴퓨터에 소프트웨어를 무단복제해 깔아준 전산담당 교사가 책임을 면하려고 복제프로그램을 모두 지워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지적재산권을 왜 보호해야만 하는가. 지적재산권을 제대로 보호해주지 않는 나라들에 대해서는 선진국이 통상압력을 강화한다. 불법복제를 방치하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가 다 망하고 대신 외국 소프트웨어를 수입하는 데 막대한 외화를 써야 한다.
이렇게 단순히 생각해볼 수도 있다. 누구나 물건을 사려면 정당한 가격을 치러야 한다. 컴퓨터 소프트웨어도 상품이다. 감시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다고 소프트웨어를 무단복제하는 것도 역시 절도가 아닌가.
김종률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