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장의 목소리에 따라 움직이는 사단이라기보다는 ‘지방자치단체들’의 관계로 봐주십시오.과녁은 똑같은 ‘암’이지만 구성원의 접근법은 서로 다릅니다.성격이 다른 연구자들을 조합해 놓은 ‘화이부동(和而不同)팀’입니다.”
서울대의대 암연구소팀. 박소장과 연구소 운영위원인 정준기(핵의학) 방영주(종양내과) 김우호(병리학) 전용성교수(생화학). 모두 외국학술지에 수십 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자신의 분야에서 세계 정상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 명 한 명이 ‘사단장급 연대장’.
이들은 ‘공동작전’보다는 ‘각개전투’로 암과 싸운다. 각자 연구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 때문. 누군가 연구실에서 원군을 청하면 재빨리 돕는다. 모임은 매주 한 번. 화요일 하루만 세미나와 강의를 통해 정보를 나눈다.
▼암정복에 대한 생각을 바꿔라▼
팀원은 전공분야가 다르지만 암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은 비슷하다. 사람들은 ‘암정복’하면 ‘암 완치’를 떠올리고 완치가 힘든 점을 내세워 현대의학의 한계를 언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팀원은 “현대의학은 암이 유전자 고장 때문에 생긴다는 것을 밝혀냈으며 조기 진단과 치료도 가능해졌다”고 말한다.
“현재 위암 자궁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100% 완치할 수 있습니다. 유방암과 대장암도 예방과 조기진단이 가능해졌죠. 간암은 백신이 개발돼 예방이 가능해졌습니다. 폐암은 조기진단이 어렵고 일찍 알아도 완치가 힘들지만 담배를 끊으면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박소장)
현대의학은 암 환자의 5∼10%가 유전적 요인으로 발병한다는 것도 밝혀냈다. 특히 대장암 유방암 난소암 등은 유전자 검사로 암에 걸릴지를 대략 알 수 있다. 전국민이 매년 암검사를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암 환자가 있는 가족만이라도 검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
▼암연구소팀▼
이 팀은 95년 박소장이 소장을 맡으면서 구성됐다. 그 자리는 원래 박소장의 9년 선배로 올 서울대의대 졸업생으로부터 ‘자랑스런 스승’으로 뽑힌 김노경교수(내과)가 맡을 차례였다. 김교수는 ‘자리’를 사양하고 박소장을 추천했다.박교수는 평소 눈여겨 본 후배들을 불러모아 팀을 구성했다.
박소장은 ‘국내 최고의 연구자’로 평가받는다. 93년 잘못 복제된 유전자를 고치는 ‘복구유전자’가 고장나면 위암 대장암 췌장암 등 다양한 암이 생긴다는 것을 세계최초로 밝혀냈다. 김우호교수는 “박소장이 세포주(細胞株)은행을 만든 것은 생명공학의 기간산업을 육성해 놓은 것”이라고 평가한다. 세포주는 특정 세포를 영원히 자랄 수 있게 만들어 연구하기 좋게 만든 것. 박소장은 81년 이후 1백90여종의 세포주를 개발, 전국 2백여 연구기관에 공급해 왔다.
이 팀은 내년 봄 ‘새 둥지’를 갖는다. 서울대병원 내에 지상 10층 연건평 4천5백여평의 암연구소 건물이 완공되면 국내외에서 내로라하는 암 연구자를 초빙해 공동연구할 계획이다. 올 8월에는 ‘유전성 위암 국제공동연구회 학술대회’도 개최한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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