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김장관의 기용은 ‘정권에 충성하는 사람’을 계속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정권의 속셈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야당총재 시절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이는 검찰에 시달림을 많이 받은 그의 정치적 역정(歷程)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검찰총장의 2년임기 보장, 임기만료후 2년간 임명직 공직취임 제한, 검찰인사위원회 설치 등이 그의 대표적 주장이었다.
이러한 김대통령의 발자취에 비춰볼 때 이번 법무장관 임명은 매우 실망스럽다. 김대통령은 지난 2월 검사들의 서명파동때 ‘정치검사’로 몰려 퇴임압력을 받은 김총장을 ‘임기보장’을 이유로 보호했었다. 그러나 이번 개각에서 임기만료 3개월을 앞두고 원칙을 스스로 깨버린 셈이 됐다. 2년간 공직취임 제한주장은 야당의 발의로 법규정이 마련됐다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공직취임제한은 김대통령이 앞장서서 주장했던 사안인 만큼 그 정신만은 솔선해 지키는 것이 정치적 도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야당때의 소신이 여당이 됐다고 달라진다면 스스로 말의 신뢰성에 흠을 남기는 것이다.
김중권(金重權)대통령비서실장의 배경설명 역시 납득이 안간다. 김장관의 발탁배경에 대해 그는 “법무행정 전반에 관한 개혁의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지금 검찰개혁의 핵심은 ‘정치적 중립’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그를 높이 평가할 만한 대목은 찾아보기 어렵다. 김대통령이 국민과 검찰내부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있는지 강한 의문이 든다. 김장관의 기용은 여론수렴의 메커니즘에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김장관은 특히 지난달 국회의 검찰총장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찬성 1백45표, 반대 1백40표로 비록 재적과반수(1백49표)에 미달해 부결되긴 했지만 찬성표가 더 많아 사실상 불신임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검찰개혁 문제가 언제까지 국민의 체감과 다른 방향에서 겉돌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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