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링]허엽/불법음반 활개 소비자도 책임

  • 입력 1999년 5월 25일 19시 30분


21일 오후5시경 서울 종로구 종로 2가. 불법음반 상설단속반이 한 음반 노점상을 찾아냈다. 이른바 ‘길보드’ 리어카. 음반을 팔던 한 젊은이는 테이프 박스만 든채 줄행랑을 쳤다. 단속에 걸리면 2년 이하의 징역에 벌금이 2천만원 이하. 단속반원들은 남겨진 몇개의 테이프와 낡은 스피커를 수거했다.

오후 6시반경 성동구 용답동의 한 대로변. 노점상 정모군(20)을 잡았다. 수거한 것은 최신 트로트 가요 테이프를 비롯해 1백50여개. 그룹 ‘부활’의 6집도 보인다. 제작사는 물론 유령회사.

정군은 벌금 2백만원의 고발장과 함께 서울 남부지청 출두 명령을 받았다. 정군같은 판매상은 개당 6백원을 받거나 일당 1만원짜리 아르바이트라고 단속반이 귀띔해준다.

최근 문화관광부는 전국에 8명(서울 2명)뿐이던 상설단속반원을 50명으로 늘려 단속을 강화했다. 서울에는 20명이 불법음반 상습지역인 신촌 강남역 대학로 종로 명동 화양리에 오후 2시∼밤 10시 고정 배치되어 있다.그 결과 한국영상음반협회는 3,4월 두달간 테이프 75만여개(싯가 15억원), 비디오물 2만7천여개(2억원)를 수거했다고 밝혔다. 전례없이 높은 실적이지만 불법음반 판매상들의 게릴라식 판매수법은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숨바꼭질 단속만으로는 불법음반 판매근절을 불가능하다. 수사기관의 불법제작사 단속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소비자들도 싼 맛에 최신곡을 많이 실은 복사품을 선호하는 태도를 바꿔야 할 때다.

<허엽 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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