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30」수사 왜 미적거리나

  • 입력 1999년 5월 27일 18시 57분


엿새 앞으로 다가온 서울 송파갑, 인천 계양―강화갑 지역구의 6·3 재선거가 혼탁해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선거운동 초기에는 비교적 자제를 하던 여야(與野) 중앙당이 종반에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생일잔치를 가장한 사랑방좌담회, 백화점 세일을 이용한 선심공세 등의 불법 탈법사례를 잇따라 적발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극도의 혼탁상으로 얼룩진 3·30 재보선의 재판(再版)이 될까 두렵다.

6·3재선거는 비록 두 지역구에서만 치르는 ‘작은 선거’이지만 선거문화의 개혁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3·30재보선도 그런 관점에서는 마찬가지였다. 1년도 채 남지 않은 내년 총선이 공명선거로 치러질 수 있느냐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시금석이라고 할 만하다. 따라서 3·30 재보선의 불법 선거운동사례에 대한 검찰수사는 철저해야 한다. 특히 신속한 수사와 엄격한 사법처리는 당장 눈앞의 6·3 재선거의 공명성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3·30 재보선에 대한 검찰 수사가 웬일인지 답보상태다.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는 인상마저 든다. 선관위가 지난달 몇가지 증거자료를 첨부해 수사의뢰한 선에서 진전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선관위는 당초 국민회의가 각종 특위위원 위촉이라는 편법을 사용해 2만여명의 유권자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인 ‘사조직 활용’혐의를 비롯, 음식물제공 전화유세 등 불법사례를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검찰은 관계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거나 조사를 거부하고 있어 수사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석연치 않다. 과연 검찰이 이 사건을 제대로 파헤칠 의지가 확고한지 궁금하다.

그런 가운데 이번에는 3·30 재보선때 국민회의가 50억원을 썼다는 ‘돈선거’의혹이 제기됐다. 국민회의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으나 이 의혹도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한 사안이다. 사실 지금까지의 불법타락선거는 정치인과 유권자의 의식에도 잘못이 있지만 이를 방관하다시피 해온 검찰의 책임이 특히 크다. 검찰이 부정선거를 용납하지 않았더라면 선거풍토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검찰은 더이상 정치인들이 그때만 지나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을 갖지 않도록 엄격한 잣대를 가져야 한다.

3·30재보선 수사로 검찰은 다시 한번 정치적 중립의 시험대에 올랐다고 해야할 것이다. 특히 이 사건은 김태정(金泰政)법무장관―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 체제하의 첫 선거사건이다. 이번 수사를 계기로 검찰은 신뢰회복의 전기를 마련하느냐, 아니면 ‘정권의 시녀’ 노릇을 계속하느냐의 갈림길에 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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