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남찬순/장관 월급과 「사모님」의 옷

  • 입력 1999년 5월 27일 19시 25분


▽미국의 장차관들 중에는 연봉이 적다며 사퇴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4월에도 페데리코 페냐 에너지부장관이 사퇴했다. 연봉 14만8천달러(약 1억8천만원)로는 아내와 세 아이를 충분히 부양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사표변(辯)이다. 우리에 비하면 큰 돈이지만 넉넉한 생활이 못됐던 모양이다. 클린턴행정부 초기에는 차관보직을 거절한 사람도 있었다. 연봉 9만달러(약 1억1천만원)로는 도저히 두 아이의 학비를 댈 수 없다는 것이 거절의 이유였다.

▽2월 정부가 밝힌 우리나라 장관의 연봉은 4천9백만원, 차관의 연봉은 4천2백만원 정도다. 물론 정보비나 판공비 등 별도로 책정된 돈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 비하면 엄청나게 낮은 수준이다. 일반가정을 생각하면 그 돈으로는 아이들 대학공부시키기에 힘이 부칠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월급이 적어 장관을 못하겠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월급이 많은 개인기업의 임원직을 버리고 입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관직이 바로 권세와 부(富)의 상징처럼 되어 있다. 그래서 장관이 한달에 몇백만원의 월급으로 생활한다면 아무도 믿을 사람이 없다. 일반인들은 ‘장관 사모님’이면 고급 의상실이나 사교모임 참석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신동아 그룹 최순영(崔淳永)씨 부인의 옷 로비사건은 그같은 사실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장차관직은 사실 국민에게 최고의 희생과 봉사를 해야 할 자리다. 따라서 그 월급으로는 봉사와 희생은커녕 집안살림조차 못 꾸리겠다며 ‘감투’를 거절하는 사람도 있어야 당연하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우리의 신임 장차관들은 대부분 즐거운 표정이다. 그래도 ‘감투’는 모든 것을 누리게 하는 ‘도깨비 방망이’로 생각하기 때문일까.

남찬순〈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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