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金대통령「빨간 등」보아야

  • 입력 1999년 5월 28일 19시 21분


민심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재벌회장 부인과 장관 부인들간 ‘옷로비 의혹’에서 보이는 고위층의 부도덕성과 ‘3·30 재보선 50억 사용설(說)’ 등이 맞물리면서 국민은 이제 ‘국민의 정부’임을 내세우는 현정권의 정체성(正體性)과 도덕성에 심각한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이 정권이 외치는 개혁은 무엇인지, 과연 그들에게 개혁을 주도할 만한 자격이 있는 것인지, 이대로 가다가는 ‘IMF위기’보다 더한 ‘제2의 위기’가 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의문과 불안을 증폭시킨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불거져온 권력 내부의 여러 위험징후에 대해 정부 여당이 한결같이 ‘눈 가리고 아옹식’ 대증요법이나 우선 덮고 보자는 미봉책으로 일관한 데 있다.

‘옷 로비 사건’의 경우 관련자인 강인덕(康仁德) 전통일부장관 부인과 김태정(金泰政) 법무장관 부인이 어제 최순영(崔淳永) 신동아회장 부인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함에 따라 검찰이 전면수사에 나섰다. 청와대측이 이미 내사를 통해 사실무근이라고 했던 사건을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떠안은 모양새다. 청와대측의 내사는 엉성하기 짝이 없어 사건을 덮기 위한 절차에 불과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이 수사에 나선 이상 우리는 김태정장관의 거취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법리(法理)를 떠나 고소 당사자의 남편이 검찰의 최고 지휘감독자인 법무장관 자리에 그냥 앉아 있는 것은 모양이 이상하다. 더구나 김장관은 검찰총장 재임시 검찰의 정치적 중립 문제와 관련, 탄핵소추까지 받을 뻔한 인물로 그의 입각은 아직도 여론의 비난 대상이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결단에 앞서 김장관 스스로 거취에 대한 현명한 판단이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된다.

‘3·30 재보선 50억 사용설’도 그렇다. 국민회의는 27일 이를 보도한 ‘한겨레’에 1백1억원이란 사상최고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그러나 3·30 재보선이 광범위한 불법 타락선거였음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선거관리위원회는 검찰에 수사의뢰까지 했다. 그러나 검찰은 여전히 수사에 미온적이다. 미적거리며 시간만 끌려는 인상마저 준다. 이래서는 어떤 개혁의 소리도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지금까지 이 정부는 밖으로만 개혁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권력 내부 개혁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구조화된 대량실업과 심화되는 빈부 양극화 속에 되풀이되는 ‘위기극복의 노래’는 민심이 돌아설 경우 리더십에 대한 총체적 불신으로 변할지 모른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권력내부에 켜진 빨간등’을 보아야 한다. 권력내부의 개혁 없이는 민심수습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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