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판통신]김주환/「웹의 정치학」

  • 입력 1999년 5월 28일 19시 21분


▼‘웹의 정치학’(The Web of Politics:The Internet’s Impact on the American Political System) 리처드 데이비스 지음, 옥스퍼드대 출판사▼

뉴미디어와 정치의 역학 관계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가져온 저자(브리검 영 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이 책에서 인터넷 발달이 시민의 정치참여와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라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먼저 인터넷이 시민의 정치 참여를 혁명적으로 촉진하리라는 견해와 반대로 정치가들이 유권자들의 즉흥적인 의견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하게되어 정치가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견해를 다양하게 소개했다.

이어 인터넷이 진정한 참여민주주의를 가져오리라는 낙관주의와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전체주의를 야기하리라는 비관주의를 모두 비판한다.

저자는 인터넷이 대중매체의 일부로 급속하게 편입되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의 정치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형시키지 못하리라고 단언한다. 뉴스의 생산, 유통, 소비과정과 시민단체의 활동, 선거운동과정, 정부기관의 대(對)민원 관계, 시민의 사이버스페이스에서의 자발적인 여론 형성 등 정치 과정의 각 부문에서 현재 인터넷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를 세밀하게 분석한 저자는 결국 달라질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결론을 내놓는다.

시민들이 인터넷을 통해 얻는 정보는 모두 신문, 라디오나 텔레비전 등 대중매체가 제공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며, 검색엔진등을 포함한 인터넷의 주요 사이트는 대중매체가 그랬던 것처럼 대기업화하여 대자본가에 의해 장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바쁜 일상에 쫓기는 시민들은 인터넷이 광범위하게 보급되었다고 해서 인터넷이 주는 자유와 정보를 찾아나서는 적극적 행동주의자로 바뀌지 않으리라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따라서 인터넷이 현 정치체제를 장악하고 있는 기득권 세력의 또 다른 매체로 사용되는 일이 더 많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그러나 인터넷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대중매체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민주주의의 여러 원칙들, 즉 국민주권, 법치주의, 다수결 원칙, 의회제도 등은 인쇄매체를 그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디지털 매체가 널리 보급되면 전혀 새로운 정치체제가 등장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것은 많은 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는 바다. 문제는 그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일 수도 있고 완벽한 전체주의일 수도 있다는데 있다.

김주환<미 보스톤대 인문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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