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비리에 회동한 이들은 이곳에서 비타민 공급량과 가격을 멋대로 정했다. 이렇게 최근 몇년 동안 부당하게 챙긴 돈만 수십억달러. 전세계인이 복용하는 알약에서부터 각종 식료품에 첨가되는 비타민의 가격이 거대한 카르텔(담합)의 손에 좌우됐던 셈이다.
미국과 세계 각국은 반독점법을 동원해 가격을 왜곡하고 경쟁을 제한하는 이런 카르텔을 막으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이 시대 변화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 자동차업계와 정보통신업체들은 경영효율성을 내세우면서 인수합병 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세계에서 6대 메이저 자동차 업체만 살아남을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을 정도다.
결국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몇몇 업종에서는 시장을 지배하는 강력한 소수의 업체만 남게 될 것이다. 카르텔을 형성하기 훨씬 좋은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거대 제약업체들이 ‘비타민 카르텔’을 형성할 수 있었던 것도 시장을 지배하는 제약업체가 몇 개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는 카르텔을 형성할 소지가 많은 ‘메가 머저’(거대기업간 합병)에 속수무책이다. 독점의 폐해와 효율적 경영규모에 대한 것 중에 어떤 것을 택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메가 머저’시대는 진정 ‘반독점법’ 칼날을 무디게 하는 것일까.
〈이희성기자〉lee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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