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불편해요]에스컬레이터 왼쪽 양보가 기본

  • 입력 1999년 5월 31일 19시 29분


회사원 김모씨(32)는 최근 영국 출장길에서 민망한 경험을 했다.

런던 시내에서 출근시간 때 지하철을 탄 김씨는 무심코 에스컬레이터 왼쪽 편에 서 있었다. 그러자 뒤에서 다가온 사람들이 ‘Excuse me(실례합니다)’라고 말하며 계속 자신을 밀치고 지나갔다. 처음엔 불쾌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상하게도 자기 혼자만이 왼쪽에 서 있는 것을 알고는 얼른 오른쪽으로 옮겨 섰다.

김씨는그제서야 에스컬레이터한쪽에‘Stand on the right(오른쪽에 서시오)’라는 표지판이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김씨는 영국인들이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바쁜 사람들을 위해 항상 왼쪽을 비워두고 오른쪽에만 선다는 사실을 나중에 교포로부터 전해들었다.

이후 유심히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사람들을 지켜본 결과 손을 맞잡고 나란히 걷던 연인들도 일단 에스컬레이터에 오르면 아래 위로 떨어져 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시민들의 에스컬레이터 예절이 몸에 배어 있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에스컬레이터 양쪽을 모두 막고 서 있는 경우가 보통이다. 시간에 쫓기는 급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불편하고 답답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앞에 걸려있는 표지판을 유심히 보면 오른쪽에는 서있는 사람의 모습이, 왼쪽에는 발자국이 그려져 있다.

그러나 이 표지판이 ‘오른쪽에 서서 가고 왼쪽으로는 걸어가라’는 의미임을 아는 시민들은 거의 없다.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문화시민운동추진협의회의 권오열운영2과장은 “바쁜 사람들을 위해 에스컬레이터 한 쪽을 양보하는 것은 선진시민이 되기 위한 기본적인 덕목”이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3월부터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에서 자원봉사자 및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사람들과 함께 매일 8시간씩 에스컬레이터 탑승예절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권과장은 “6월엔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과 신길역에서도 캠페인을 벌이고 7월 중순부턴 서울시교육청과 협의해 고교생 자원봉사자 3만5천명을 동원해 모든 역으로 캠페인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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