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점이 있어야 충성하고 잘 뛴다는 게 인사권자의 속셈임을 김재규는 간파했다. 김 자신도 간(肝)을 앓는데다 마담과의 염문같은 약점에도 불구하고 장관 정보부장을 지냈다. 살펴보면 3공 유신시대의 힘깨나 썼던 요인들이 대체로 약점에 쫓기는 특징이 있다. 난폭한 성미에 숱한 적을 만든 김형욱이나 약간의 대인기피증 환자 같은 차지철이나 마찬가지다.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초조감에 시달렸다.
▽유독 박정희 용인술의 특징이라고만 못박을 이유도 없다. 돈벌이하는 회사조직에도 오너의 관심과 총애를 받지만 위아래의 평은 전혀 다른 인간형이 없지 않다. 그런 속에서도 체제와 조직은 일정기간 굴러간다. 하지만 해피엔딩은 드물다. 초조해서 바친 충성 경쟁이 끝내는 화와 독을 열매맺기 때문이다. 박정희의 몰락은 이후락의 잇단 실수와 김형욱의 배신으로 재촉되었다. 끝내 김재규의 총성으로 막을 내렸다.
▽김태정 법무장관도 쫓기는 처지였다. 전정부의 검찰총장이라는 약점에다, 검사들의 항명과 국회의 탄핵표결로 상처투성이 였다. 이번 법무장관 기용시 그런 ‘기댈 곳 없는’ 약점을 정권에 대한 충성으로 흡인해보자는 논의는 없었을까. 숱한 사람들이 “나는 김태정과 친하고 참 좋은 사람이지만”이라는 단서와 함께 말한다. 그래도 법무장관 기용은 잘못이었다고.
〈김충식 논설위원〉sear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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