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양섭/아름다운 퇴임 만델라

  • 입력 1999년 6월 1일 19시 00분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81). 그가 16일 퇴임한다. 퇴임 후 소망은 소박하다. 고향의 언덕과 시내를 손자들과 거닐며 쉬고 싶다는 것이다.

쉬고 싶기도 할 것이다. 나이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5년간 그는 참으로 큰 일을 했다. 특히 흑백화합이라는 지난(至難)한 과제를 이루어냈다. 피부색이 같고 얼굴 생김이 비슷해도 민족이 달라 끊임없이 충돌하는 시대에 그가 실현한 흑백화합은 인류사적 기록이 되고도 남는다.

3백여년간의 백인통치를 무너뜨린 94년 민주선거에서 승리했을 때 그는 “보복은 없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의 앞길은 아득했다. 백인들은 보복을 두려워하며 불안에 떨었다. 흑인들은 긴 세월의 상처와 피해를 한꺼번에 보상받고 싶어했다. 그는 백인을 안심시키고 흑인을 다독거려야 했다.

그는 44세에 투옥돼 27년간이나 옥고를 치렀다. 그는 가슴 밑바닥에 깔려 있는 미움의 찌꺼기까지 버렸다. 백인 최후의 대통령 데 클레르크를 부통령으로 임명했다. 백인통치 시절에 살인을 했더라도 반성만 하면 사면했다. 그런 그에게 노벨 평화상이 돌아간 것은 당연했다. 그래도 그는 “그간의 변화는 나 개인이 이룩한 게 아니다”고 겸손해 했다.

그가 모든 일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경제적 불평등과 실업을 해결하지 못했다. 그것이 아쉬웠을까. 그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말했다. ‘가야 할 길’을 자기가 계속 갈 수도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연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1년반 전에 타보 음베키에게 당과 내각을 사실상 맡겼다. “늙은 사람보다 젊은 사람이 나라를 책임져야 한다”는 신념을 그는 관철했다.

그의 재임은 위대했다. 그의 퇴임은 아름답다.

윤양섭(국제부)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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