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김총리는 2일 김태정(金泰政)법무장관의 유임조치에 항의하는 야당의원들에게 “김대중대통령에게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정치권 안팎에선 김총리가 대통령의 김장관 유임 조치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다.
그런 관측에 대해 4인회동에 참석했던 다른 측의 반응이 재미있다. “웃기는 얘기”라는 것이다. 4인회동 때 김총리의 태도로 볼 때 김총리가 앞으로 김장관 유임 재고 같은 고언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주장이다.
비단 김총리의 경우만이 아니다. 박태준(朴泰俊)자민련총재 김영배(金令培)국민회의총재권한대행 등을 포함해 그 누구도 선뜻 김대통령에게 ‘직언’을 하기가 힘든 상황이라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대통령은 2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사건의 사회심리학적 배경이라면서 “현 정부의 개혁에 불만을 품은 기득권세력이 정부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통령이 지적한 이른바 ‘기득권세력’들의 고급 의상실 출입, 그에 따른 추문(醜聞)과 수사진행과정에서 잇따라 드러나는 거짓말 규명을 ‘반개혁적 공격’이라고 주장해도 여권지도자라는 사람들은 모두가 ‘꿀먹은 벙어리’다.그렇다고 공감하는 것도 아니다. 누구나 뒷공론으로는 “나도 사실은 김법무장관을 경질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래서는 안되는데…”라고 한숨을 내쉰다. 물론 익명과 비보도를 전제로 하는 말이다. 뭔가가 두려워서, 또는 득될 게 없다는 판단아래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모두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면 정말 심각한 일이다.
윤승모<정치부> 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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