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작품을 국립극단이 ‘한중일 동양3국 연극재조명 시리즈’의 2탄으로 11일부터 무대에 올린다.
함세덕은 ‘산허구리’(36년)이후 ‘도념(道念)’ ‘해연’ ‘낙화암’ 등 20여편의 역작을 남겼지만 월북작가라는 이유로 40여년간 ‘함구대상’이었던 작가.
88년 월북작가 해금조치 이후 간간이 세간에 거론됐다가 이번 공연으로 본격적인 ‘함세덕 다시보기’가 시작된 셈이다.
일제강점기와 해방후 혼돈기에 나온 그의 작품은 가난과 자유가 주 테마였다.
‘무의도기행’도 딸을 내다 팔 만큼 가난한 환경 탓에 갑자기 어른이 되어버린 천명이라는 소년의 이야기로 시대의 아픔을 여과없이 담아낸다.
38년 서해안의 작은 섬 무의도(舞依島). 작가를 꿈꾸었던 우등생 천명이 쓰러지는 가정을 일으키기 위해 고기잡이배를 타고 나가 결국 죽어간다는 줄거리.
연출을 맡은 김석만(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은 “딸을 파는 설정은 당시 조선의 딸들이 창녀로 전락하는 비참한 시절의 상징이고 천명이 탄 고기잡이배가 난파하는 것은 당시 조선의 어업문제를 꼬집는 것”이라고 말했다.
함세덕 작품은 당시에도 구어체 대사표현이 남달리 뛰어나 주목을 끌었다. 그 묘미를 이번 공연에서 제대로 살려낸다. “백절(흰색 차일)치듯 끓어서 혼났다”(사람이 많이 몰렸다) “김종서 여진치고 들어올 때보다 더 장했다”(폼재고 다닌다). 장민호 이문수 이상직(천명 역)등 출연배우들은 “맛깔난 대사가 혀에 착착 달라붙는다”고 입을 모은다.
국립극장 소극장(서울 중구 장충동)에서 22일까지. 평일 오후7시반, 토일 4시. 02―2274―1741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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