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번 재선거 이전에도 민심의 향배는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다. 본란도 그런 민심의 실체에 대해 여러차례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도 정부 여당은 밑바닥 민심의 실체를 읽으려 하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김법무장관의 거취문제다. 청와대측은 한 여론조사를 무슨 절대적인 기준인 것처럼 내세우고 그것을 김장관 유임의 논거로 삼았다. 거의 모든 언론을 통해 표출된 민심은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의 결과라며 아예 외면했다. 오히려 ‘개혁에 불만을 품은 기득권층의 반발’로 치부했다.
그러다보니 한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위해 앞장섰거나 비판적 지지를 보냈던 50여 시민단체들까지도 ‘현정부가 개혁을 외면할 경우 반정부투쟁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성명서를 내는가하면 거리로 나와 김법무장관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도 김법무장관에 대한 퇴진요구가 압도적이다. ‘옷로비’사건수사는 특정인을 봐주기위한 꿰맞추기 수사였다는 의견이 절대 다수다. 이처럼 민심의 향배는 누가 보아도 분명한데 유독 이 정부만 민심에 등을 돌리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 아무리 개혁을 외쳐도 헛 구호일 뿐이다. 우선 김대통령이 마음을 열어야 한다. 비록 귀에 거슬리는 소리라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신의 개혁 방향만이 옳다고 생각하면 국민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최근의 사태를 둘러싼 김대통령의 판단과 여권내의 움직임을 보면 이미 오만과 독선의 징후가 엿보인다.
지금이라도 민심을 바로 읽고 수용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히 김법무장관에 대해서는 어떤 결단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는 정말 빈 마음으로 돌아가 국정을 추스려야 할 때다. 3·30재보선의 부정선거를 철저히 수사하고 50억 선거자금설도 규명해야 한다. 빈 마음으로 민심을 바로 보라는 것이 이번 재선거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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