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분야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데 무슨 일을 또 벌리냐는 사람도 있죠. 그러나 예술의 향기에서 얻는 만족감은 어떤 것 보다 깊고 오래갑니다.”
주위에서들 어리둥절해 하지만, 그의 취미를 아는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여름마다 그는 병원을 동료 의사들에게 맡기고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을 돌며 음악축제와 오페라공연, 콘서트를 참관한다.
수년간 갈고 닦은 성악 지식으로 주요 음악전문지에 기고활동도 활발하다.“까까머리 학생시절부터 오페라의 매력에 깊이 빠졌죠. 94년 경기도 구리에 개인병원을 개업하면서 시간날 때 마다 성악예술의 본고장을 직접 찾아다니기로 마음먹었어요.”
한 도시에서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오페라를 관람하면 극장 관계자들까지 아는체 해왔다. 외국의 수준높은 공연예술을 접하다 보니 우리 공연계의 허점도 보였다.
“우리나라 공연기획사들은 예술가의 지명도에만 집착하죠. 해외에서 ‘뜨는’연주가만을 데려오니 개런티부담이 커지고, 결국 비싼 입장료를 받지만 정작 공연은 이름값에 맞지 않게 부실하기 쉬워요.”
그래서 그는 이름보다 실속이 앞선 연주가들과 접촉중이다. 우선 9월에는 ‘명 성악가 시리즈’를 열 계획. 화제속에 ‘뜨고’있지만 개런티는 높지 않거나 유럽의오페라극장에서갈채받는젊은 가수들을 무대에 세울 계획이다.
그가 실무를 맡기기 위해 ‘모셔온’ 예술감독 장일범씨(31)도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 대학시절 러시아어과를 다니며 러시아 민요 전문가로 각 대학 축제에 불려다닌 ‘가수’다. 졸업후는 월간‘객석’에 기자로 입사, 필력을 과시했고 96년에는 구동구권 최고권위의 고등음악교육기관인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에 입학, 3년동안 성악가로서 수업을 쌓았다.
짧은 유학시절동안 세계적 피아니스트인 키신 플레트뇨프 등과 친분을 쌓을 만큼 그의 ‘친화력’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미 97년 러시아 스타니슬라프스키 극장의 푸치니 ‘라보엠’공연 등 굵직굵직한 공연을 섭외, 한국무대에 소개했다.
“누구나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욕구와 환상을 무대에서 만족시킬 수 있어요. 현실도피라구요? 그런 도피가 개인과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어줍니다. 정신과 의사의 말이니 믿어보세요.”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