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외국산 오염식품에 대한 정부 대책이 언제까지 이런 ‘사후약방문’에 그쳐야 하느냐는 점이다. 1월에는 리스테리아균에 오염된 미국산 소시지 수입이 문제가 됐었는데, 그때도 우리 보건당국은 미국 회사측이 자사제품의 오염가능성을 통보해준 연후에야 회수조치를 하고, 뒤늦게 소시지 외에 오염된 다른 제품이 없는지 추가조사를 벌이는 등 법석을 떨었다. 이번 벨기에산 돼지고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벨기에 정부측이 우리측에 통보해 주기 전에는 검역이나 보건 당국 어디에서도 오염사실을 알지 못했다. 벨기에측이 통보를 해오고 파문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됐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 국민은 다이옥신에 오염된 벨기에산 돼지고기를 먹고도 그 사실조차 몰랐을 것이다.
벨기에측의 통보 이후도 문제다. 현재 국내에는 다이옥신의 섭취허용기준조차 없을 정도로 그에 대한 위험성 평가와 관리가 허술하기 짝이 없다. 특히 국민의 식품안전을 책임진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육류속의 다이옥신 함량을 분석할 분석기기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니 정부가 그동안 국민건강과 직결된 문제에 어떻게 이렇게까지 무신경할 수 있었는지 아연할 따름이다.
농축수산물 교역이 자유화된 오늘날 한 나라에서 수출된 오염식품은 곧 다른 나라 국민의 식탁에 오르게 된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경우 2001년부터는 축산물 수입이 완전개방될 예정이다. 그만큼 외국산 오염식품에 따른 위험성도 높아질 것이다. 또 국내에서 생산되는 농축수산물이라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 정부와 보건당국은 일이 터지고 나서야 그때그때 땜질식 처방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민건강은 민생의 기본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연금과 의료보험 문제 등으로 국민의 원성이 높다. 이런 판에 ‘공포의 삼겹살’이란 말까지 나돌아 서민들이 돼지고기도 마음놓고 먹지 못한대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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