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일본은 우리와 산업구조가 상당히 비슷한데도 구조조정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해법은 크게 다르다.
심각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기업들의 구조조정은 과잉설비 해소가 핵심이다. 이에 따라 유화업체인 쇼와전공이 최근 연산 24만t의 에틸렌설비를 폐쇄키로 했으며 유화 철강 조선업계도 스스로 공장폐쇄나 설비축소에 나서고 있다. 반면 우리 기업들은 지금까지 과잉설비를 폐쇄하거나 축소한 사례는 거의 없다. 그보다는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기업의 과잉설비를 다른 기업에 떠넘기는 ‘빅딜’ 방식으로 위기를 넘기려 하고 있다.
따라서 빅딜 이후 시장이 좋아지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과잉설비로 인한 후유증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과잉설비를 떠안는 기업 쪽의 반발도 적지 않다. 그러다보니 빅딜과정에서 말 안듣는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은근한 압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일본은 얼마전 우리 정재계 간담회와 비슷한 총리 직속의 민관합동기구인 산업경쟁력회의를 만들었다. 이 기구에서는 산업계가 13개 분야의 기술목표를 만들고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의 산업기술전략을 짜고 있다. 구조조정은 기업자율에 맡기고 일본 정재계가 합동으로 21세기 전략산업분야를 집중육성하는 계획을 만들고 있는 것.
우리 산업계는 최근 유화 조선 등의 과잉설비를 일본업체가 인수하고 공동으로 세계경제에 대처하자며 일본에 손을 내밀고 있다.
그러나 얼마전 전경련 주최 한중일(韓中日) 산업협력 심포지엄에 참석한 한 일본 경제평론가의 말은 양국의 시각차를 잘 드러냈다.
“기본적으로 과잉투자에 대한 책임은 해당기업이 져야 한다. 서로 과잉을 떠넘기는 것이 협력은 아니지 않은가.”
이영이<정보산업부>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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