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발언에 대해 진씨는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하고 검찰은 “사실과 다르다”고 공식부인했다. 그러나 “계획을 당시 김태정총장에게도 보고했고 그 보고서가 지금도 남아있다”는 진씨의 말과 당시의 조폐공사 상황에 비추어 보면 사실일 개연성이 아주 높다. 파업유도가 사실이 아니라면서도 법무장관의 경질명분으로 삼은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실언에 대한 지휘책임’이라면 일차적으로 검찰총장이 져야지 건너뛰어 법무장관이 지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다.
파업을 유도한 것이 사실인지 여부를 우선 분명하게 규명해야 한다. 만약 사실이라면 당시 김총장과 진씨를 포함한 관련자들의 권력남용에 대해 법적 책임문제도 철저히 따져야 할 것이다. 특히 파업유도 계획이 총장뿐만 아니라 당시 박상천(朴相千)법무장관과 청와대측에도 보고됐는지를 밝혀야 한다. 이번 파문은 도마뱀 꼬리 자르듯이 두사람의 문책만으로 끝낼 성질이 아니다. 아울러 검찰은 당시 대검공안부가 작성했다는 문제의 보고서도 공개해야 한다.
파업유도가 사실로 밝혀지면 그것은 노사문제를 ‘공작’차원에서 해결한 과거 권위주의 정권시절의 나쁜 행태가 ‘국민의 정부’에서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례가 되는 것이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은 검찰이 사회 각분야의 부정부패를 척결한다고 해봐야 설득력이 있을 턱이 없다. 파업유도는 약한 입장에 있던 조폐공사 노조원들의 인권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다. 이는 검찰이 현정권 출범후 인권을 중시하는 ‘신공안(新公安)’개념을 설정한 것과는 완전히 배치된다.
공기업의 구조조정 문제는 노사정(勞使政)의 평화적 대화 또는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할 과제다. 그런 과정에서 노사 어느쪽이든 불법을 저지를 경우에만 검찰이 불가피하게 개입하는 것이 원칙이다. 구조조정이라는 국가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검찰이 공작적 차원에서 파업을 유도했다면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검찰은 물론 정권의 도덕성까지 의심받아 마땅한 일이다. 철저한 조사와 관련자 전원에 대한 엄중문책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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