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대학의 경영교육이란 단순히 학생에게 지식을 전수하는 것뿐만 아니라 문제를 푸는 기술의 습득, 사람을 다루는 방법, 현실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를 다 포함한다. 인터넷을 통해 지식 전수 이외의 다른 내용을 어떻게 학생에게 제공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앞섰다. 교수의 표정 제스처 그리고 강의시간 전과 후에 일어나는 교수와 학생간의 교감 등 복합적인 채널이 결여된 인터넷 강의는 교실 강의에 비해 지식 전수에서도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서울대에서는 지난해 시험적으로 10과목을 인터넷 강의로 진행했다. 나는 국제경영학 강의를 인터넷으로 시작하면서도 어차피 이 방법은 미래지향적인 자세에서 하는 것인 만큼 처음부터 큰 효과를 기대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 강의라는 첨단 교육방법에 호기심과 매력을 느꼈던 학생들은 학기 중간에 만난 자리에서 교수와의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학생들과 함께 고심 끝에 만들어낸 대안은 매주 한번씩 모든 학생들과 교수가 PC통신의 대화방에서 만나 특정 주제를 선정하거나 경영 사례를 읽고 토론하는 것이었다.
대화방에서 만난 첫날 우리는 처음에 계획했던 2시간을 훨씬 초과하면서 열띤 토론을 했다. 강의실에서는 대화의 물꼬를 트려 해도 싸늘하게 얼어붙어 있던 학생들의 입을 열게 하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는데 대화방에서는 내가 미처 말을 꺼내기도 전에 수많은 학생들이 저마다 하고 싶은 얘기를 쏟아내기 때문이었다. 심지어는 학생들의 발언이 너무 많아 미처 읽기도 전에 화면에 뜬 내용이 획 지나가곤 했다.
강의실에서는 아무리 하라고 해도 안하던 토론을 대화방에서는 오히려 통제해야 할 정도로 그리도 열심히 할까.
“강의실에서는 한마디하고 싶어도 모든 친구들이 나를 바라본 통에 부끄럽고 어색한데 대화방에서는 그런 생각이 안듭니다.”
“강의실에서는 교수님 입에서 나오는 말씀을 받아쓰기에 바쁘지만 여기서는 평소 하던 생각을 그대로 화면에 적을 수 있습니다.”
“강의실에서는 강단에 높이 서 계신 교수님이 어려웠지만 대화방에서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 질문을 하게 됩니다.”
“강의실은 강의를 듣는 곳이고 대화방은 대화를 하는 곳 아닙니까.”
우리는 그 후 남은 반학기 동안 대화방에서 만난 열띤 토론을 계속했고 학기말에 마지막 만난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인터넷 강의는 강의실 강의에 비해 효과가 떨어지는 열등재가 아니라 강의실 강의 못지않은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체재이고 강의실 강의와 같이 사용한다면 교육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보완재이다.
조동성(서울대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