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도전21]서울중앙병원 간이식팀

  • 입력 1999년 6월 9일 00시 19분


《팀이 꾸려지던 92년. 팀원 모두는 ‘뇌사자가 되면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서약서를 썼다. 그리고 7년. 5월말까지 국내 생체간이식수술 135건 중 108건, 뇌사자간이식 203건 중 67건를 담당해 간수술에 관한 한 국내 최고의 팀으로 자리잡았다. 울산대의대 서울중앙병원 간이식팀. 팀장 이승규(외과) 정영화(내과) 김경모(소아과) 최규택(마취과)교수와 하희선 장기코디네이터(간호학)가 주 팀원. 그러나 실제 이식수술엔 30∼50명이 ‘한몸’처럼 호흡한다.》

★팀이 꾸려지기까지

외과전문의인 민병철병원장이 92년 이교수를 찾았다. 민원장은 미국병원 레지던트 시절 간이식수술을 함께 해보자던 토머스 슈타젤이 67년 세계 최초로 간이식수술을 성공한 뒤 간수술을 ‘병원 전공’으로 삼으려 했던 것. 팀원 6명은 구성되자마자 유럽 이식술의 한 축인 독일 하노버대로 파견됐다 돌아와 그해 8월 뇌사자 간이식수술에 성공.

★길이 보인다

“초창기엔 수술을 앞둔 날은 새벽 2시까지 이 책 저 책 뒤적이며 잠을 못 이뤘습니다. 이젠 길이 보입니다.”

이교수팀의 최근 간이식수술 성공률은 80∼85%로 세계적으로도 정상급이다. 특히 98년 간의 우엽과 좌엽이 모두 제 기능을 하게 하는 새로운 생체간이식수술법을 개발해 그동안 28명을 수술한 결과 27명에서 성공. 다른 한 명도 수술 합병증이 아닌 뇌출혈로 사망. 8월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간이식모임(ILTS)에서 이 시술법을 소개할 예정이다.

★잘못된 믿음

“생체 간이식수술의 성공률이 뇌사자간 이식수술보다 높습니다. ‘질’이 좋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잘못된 인식 때문에 제공자가 없어 하염없이 뇌사자만 기다리다 죽음을 맞는 환자가 많습니다”(이교수)

간암을 잘라내는 수술도 마찬가지. ‘간암은 칼을 대면 더 번진다’는 잘못된 속설 때문이다. 의학계에선 △다른 곳으로 퍼지지 않았고 △간의 우엽이나 좌엽에만 암세포가 있으며 △간기능이 양호한 경우엔 간절제를 최고의 치료법으로 인정. 수술 뒤 사망률이 20∼25%에서 0.5∼1%로 낮아졌으며 수술 후 5년 생존율(완치율)은 45%.

★팀워크가 성공을 결정

매주 한 번의 정기모임이 있으며 간이식 수술 전날이면 무조건 모여 토론한다. 수술은 외과에서 맡지만 전후관리는 내과 몫.

내과의들은 △식도나 위의 혈관이 새끼손가락만큼 늘어나 ‘피를 토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혈관을 굳히며 △수술 후 감염으로 복막염 늑막염 폐렴 등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한다.

간이식에는 마취의의 역할이 중요. 이식할 간은 ‘냉장’(섭씨 2∼4도) 상태. 간의 해독기능이 떨어져 독성물질이 신장 뇌 심장으로 옮겨가기 쉽다. 또 간은 잘못 건드리면 1분간 전체 혈액의 10분의 1인 0.5ℓ(1.5ℓ면 생명위협)가 흘러나올 수도 있다. 수술장에서 환자의 상태를 꼼꼼히 살피는 것은 마취의의 임무. 장기코디네이터는 이식 대상자를 ‘추천’해 수술 후 환자의 건강상담까지 맡는 ‘도우미’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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