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의 최고 지도자인 좌산 이광정(左山 李廣淨·63)종법사. 그는 최근 옷로비 사건 등 고위공직자들의 행태에 대한 따끔한 이야기와 그 해법을 제시했다.
종법사는 취임 4년7개월만에 처음으로 13일 서울교구 대법회에서 설법하기 위해 서울에 왔다. 하얀 도복 위에 원불교의 상징인 ‘일원상(一圓相)’을 걸친 좌산 종법사를 서울 도봉구 우이동 봉도수련원에서 만났다. 솔향기 그윽한 차를 마시며 ‘맑고 밝고 훈훈한 세상’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문화부 윤정국차장이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새로운 시대를 위한 지도층의 윤리와 도덕은 무엇입니까?
“이윤과 공덕을 독점하지 말고 균형있게 나누는 것입니다. 또 사회규범을 형평성있게 시행하고,장애인이나 실직자 등 경쟁능력이 없는 약자도 더불어 살 수 있도록 힘을 써야 합니다.”
―이번 서울 방문기간 중 여러 가지 행사를 하실 계획으로 아는데요….
“시골사람이 서울에 왔으니 온 김에 이것저것 못했던 일을 보려고 합니다. ‘세상을 맑고 밝게’하는데 노력하는 타종교 지도자들과 시민단체 사람들을 두루 만날 계획입니다.”
좌산 종법사는 9일 파주 통일동산에서 ‘통일 기원과 분단희생 동포를 위한 천도재’를 집전하는 데 이어 11일에는 경실련 등 시민운동단체 관계자들을 만난다. 16일에는 강원룡목사 고산스님 김옥균주교 모란디니 주한 교황청대사 등 종교지도자들을 초청해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천도재를 집전하시는 까닭은 어디에 있습니까?
“불교 인과응보의 법칙에서 본다면 분단은 ‘원한’ 때문에 비롯된 것이지요. 천도재는 6·25로 억울하게 희생된 남북한 동포들,기아로 굶어죽어가는 북한 동포들의 원혼을 달래주기 위한 것입니다. 저는 이미 ‘통일대도(統一大道) 6원칙’에서 ‘대해원(大解怨)’과 ‘대사면(大赦免)’의 원칙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13일 잠실 올림픽체육관에서 대법회를 여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날 법문의 주제인 ‘공생공영(共生共營)의 길’이란 무엇입니까?
“그렇습니다. 과거에는 싸움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천지도수(天地度數·천지의 돌아가는 이치)로 볼 때 새로운 문명이 열리는 21세기에는 더불어 사는 화합과 관용으로 문제를 해결해야합니다. ‘공생공영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모든 관계가 대립이 아닌 ‘은혜(恩惠)관계’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정신을 발휘해야지요.‘더불어 사는 길’을 열어나가는 사회나 개인은 전도(前途)가 밝을 것이요, 끊임없는 경쟁과 상대방의 희생만을 요구하는 ‘독생독권(獨生獨權)’의 길은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이것은 인간사 뿐 아니라 자연환경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좌산종법사는 육체노동보다는 정신노동이 중요시되는 21세기 정보화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공부’라고 역설했다. 과학문명이 고도로 발달된 사회에서는 자칫 한 순간의 방심이 큰 재앙으로 연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
원불교 제4대 종법사인 좌산은 18세에 출가, 원광대 원불교학과를 졸업했다. 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 박중빈(少太山 朴重彬,1891∼1943)대종사로부터 직접 가르침을 받지 않은 원불교 2세대로서 신식교육을 받은 첫 종법사이다.
―최근 서양에서 불교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시적인 유행일까요, 지속적인 현상이겠습니까?
“결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것입니다. 서양의 오랜 전통이었던 유일신으로부터 인간의 존엄성과 해방을 선언한 것이 르네상스입니다. 인간 실존의 문제를 계속해서 생각해 들어가다보니까 ‘마음’이란 것에 도달한 것이지요. 마음의 원리를 규명한 것이 불교의 원리입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도 일찌기 ‘불교가 장차 세계의 주교(主敎)가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가장 감명깊게 읽으신 책이 있다면?
“‘뇌내혁명’을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원불교의 핵심교리인 ‘마음공부’를 과학적인 시각에서 증명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담=윤정국〈문화부차장〉
〈정리〓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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