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진씨의 발언을 청와대와 검찰 주장처럼 단순한 취중실언(醉中失言)으로 볼 수 없다. 그의 발언내용은 실언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구체적이다. 고교 후배라는 조폐공사 사장의 이름을 대며 그와 짜고 한 일임을 암시하고, 당시 검찰총장에게도 보고했으며 이모 과장이 만든 보고서가 남아 있을 것이라고 한 말이 모두 꾸며댄 것일 수는 없다. 조폐공사 사장은 부인하고 있으나 파업을 전후해 두차례나 진씨를 사무실로 찾아갔다는 보도도 있다. 무엇보다 검찰이 만들었다는 문제의 보고서가 이 의혹을 푸는 열쇠다.
둘째, 작년 7월말 발표된 기획예산위의 공기업 구조조정안에 2001년까지 조폐창을 통폐합하기로 돼있던 것이 10월초 갑자기 2년 앞당겨진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간다. 이 때는 조폐공사 노사가 임금 50%삭감안을 놓고 장기진통끝에 직장복귀와 직장폐쇄철회에 합의해 화해분위기가 무르익던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그후 12월 옥천조폐창의 폐쇄에 이은 무기한 휴업 등 강경조치는 파업유도라는 ‘불순한 의도’의 개입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셋째, 4개 시민단체 진상조사단과 한국산업경제연구원 조폐공사경영진의 보고서가 경제적 효과 등을 이유로 한결같이 옥천조폐창을 경산조폐창에 합치는 방안에 반대했음에도 이것이 철저히 무시된 배경도 의문이다. 조폐공사 경영진은 반대이유로 설비이전자금 800억원, 금융비용 등 손실 130억원에 비해 인건비와 운영비 감축효과는 74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었다고 한다.
넷째, 4개 조폐창 가운데 노조 핵심세력이 있는 옥천창을 폐쇄했다가 불과 한달만에 재가동한 것은 옥천창을 ‘본보기’로 삼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다섯째, 파업유도가 사실이라면 검찰의 단독결정이었느냐는 점도 의문이다. 공안대책협의회 멤버인 청와대 국가정보원 노동부 고위관계자는 몰랐겠느냐는 것이다. 사안의 성질상 검찰이 단독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고 여겨진다. 이런 의혹들에 대한 철저한 규명 없이는 검찰의 ‘옷 로비’의혹사건 수사가 오히려 의혹을 더욱 부풀린 것처럼 이것도 이 정권의 대형 의혹사건의 하나로 남을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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