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베란다가 있는 풍경」이옥순 숭실대강사

  • 입력 1999년 6월 11일 19시 31분


“인도의 지폐엔 무려 17개의 언어가 쓰여 있습니다. 사람도 많고 종교도 많고 언어도 많고…. 먹는 것, 옷 입는 것은 물론이고 정말 사람의 얼굴까지 모두 달라요. 말 그대로 천의 얼굴. 그게 인도의 매력입니다.”

인도문화기행서 ‘베란다가 있는 풍경’(책세상)을 펴낸 이옥순 숭실대강사. 이미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 ‘인도 여자에게 마침표는 없다’를 펴낸 인도통이다.

86년 아주 우연히 인도에 건너가 6년동안 델리대학에서 인도근대사를 전공한 이씨(인도의 수도는 뉴델리가 아니라 델리라고 말한다). 그는 인도를 ‘신비와 환상의 나라’로 보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지하고 가난한 나라’로 보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인도를 보고자 한다. 이 책 ‘베란다…’도 같은 맥락이다.

인도의 맨 얼굴은 과연 무엇일까.

“발전(현대화)과 자기보존(전통)의 경계를 걸어가는 아슬아슬한 삶이 아닐까요.”

이씨는 베란다와 콜라를 그 예로 든다. 베란다는 원래 인도어다. 인도 베란다는 지붕이 있는 열린 장소다. 강렬한 햇볕은 차단하지만 바람은 통할 수 있는 곳, 건물과 자연이 만나는 곳.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만남의 공간이다. 결코 폐쇄적이지 않은, 인도인의 열린 마음이자 여유다.

그러나 인도인에겐 고집도 있다. 세계에서 콜라가 가장 안팔리는 나라라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않는 이씨지만 이 대목에선 이렇게 말한다. “전세계인이 모두 똑같은 콜라를 마실 때, 자신의 자존심을 지켜낸 인도인의 고집, 그 아름다움!”

그리고 한마디 더. “인도에 가면 사람에 대한 예의, 자연과 문화에 대한 경외를 갖추시길….”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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