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충식/간소해야 아름답다

  • 입력 1999년 6월 11일 19시 37분


6월 결혼이 서양에서 유행하게 된 연유가 흥미롭다. 고대 로마 신화에 나오는 주피터의 아내요, 여성의 수호신이라 했던 주노(Juno)는 결혼의 신이기도 했다. 바로 그 주노에 대한 제례가 6월부터 행해지기 때문에 거기에 맞추어 혼례를 올리는 풍습이 생긴 것이다. 고대 영국에서 ‘6월의 신부’ ‘6월 결혼은 행운’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그 때문이다. 요즘은 세계적으로 6월에 결혼하는 커플이 늘고 있다고 한다.

▽6월초의 어떤 조용한 결혼식이 화제가 되고 있다. 현대증권 이익치회장이 아들 결혼식을 널리 알리지 않고 간소하게 치렀다는 얘기다. 혼주가 회사에 나와서 정상근무처럼 일하고 소리없이 혼례에 참석해 가까운 사이에서조차 몰랐다고 한다. 그는 지난달 뉴욕에서 있은 장남 결혼식도 외국출장을 겸해 조용히 치렀다는 보도다.

▽정치인 재계 가족을 비롯한 명사 집안의 혼사때면 으레 축하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때문에 주변 교통이 막히고 교통경관이 동원된다. 초청받지도 않았으면서 ‘눈도장’을 찍고 잘 보이겠다고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혼주측이 ‘하객이 많을수록 체면이 선다’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닐까.

▽결혼 청첩장이 무슨 납입고지서 같다고 투덜거리는 사람도 없지 않다. 나아가 어떤 집안의 결혼축의금이나 조위금 합계가 수억원에 이르러 일종의 뇌물 성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세청에서 거기에 세금을 물리고 혼주는 그에 맞서 세금취소소송을 내는 케이스도 있다. 경사를 축하하고 애사를 위로하며 돕는다는 옛 두레정신이나 상부상조의식과는 빗나간 얘기가 아닐수 없다. 그래서 1일 부친상을 당한 신영국의원(한나라당)이 ‘은밀히’ 장례를 치른 것도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김충식<논설위원>sears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