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당 단독 국정조사 안된다

  • 입력 1999년 6월 13일 19시 53분


조폐공사 ‘파업유도’발언을 계기로 국회 국정조사권 발동이 예정되어 있는 가운데 그 범위와 대상을 놓고 여야가 날카롭게 대치하고 있다. 야당은 파업유도 문제 말고도 고급옷 로비의혹문제, 재보선자금 50억원 사용설, 고관집 절도사건 등을 합쳐 이른바 4대의혹을 모두 국정조사에서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적어도 ‘파업유도’와 옷로비 문제 두가지에 대해서만은 물러설 수 없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나 국민회의와 자민련 공동여당은 조폐공사 파업유도에 국한해 국정조사를 실시하자면서 나머지 의혹 제기는 그저 정치공세에 지나지 않으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나아가 여당지휘부는 야당이 계속 ‘4대의혹’을 붙들고 놓지 않을 경우 여당 단독으로 국정조사를 벌이는 국회 청문회를 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물론 여당이 단독 국정조사라도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다분히 협상을 의식한 카드 라고 보여진다. 그러나 우리는 만의 하나, 여당단독으로라도 이를 밀어붙일 의사가 있다면 이는 큰 오산이며 단독 청문회 강행시 가뜩이나 달아오른 민심을 더욱 부채질하고 정국을 벼랑으로 몰아갈 수 있음을 경고해둔다.

오늘날 국정의 혼선과 불신은 국정책임을 지고 있는 여당에 의해 초래된 것임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데 그로 인해 악화된 민심과 의혹거리들을 여당만의 조사와 규명으로 풀려 한다면 과연 누가 납득하고 곧이들으려 하겠는가. 특히 고급옷 로비의혹 같은 현정권 핵심인사들에 대한 정치적 도덕적 의혹은 이 시점에서 깨끗이 밝히고 넘어가지 않으면 두고두고 부담이 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그로 인해 들끓는 민심을 추스르고 가닥을 잡기 위한 국정조사를 ‘원맨 쇼’처럼 해결하려는 발상은 지극히 위험하다. 여당측은 파업유도문제에 관해 시민단체와 노동계 인사를 참여시켜 ‘단독 강행’하는 방안까지 말하고 있지만 그런 들러리를 누가 서 주겠는가. 시민단체도 벌써부터 ‘단독 청문회는 말이 안된다. 여야 합의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여당은 여권내부에서조차 제기되는 특별검사제 수용을 통한 진상규명도 머뭇거리고 있지만 그럴수록 수세에 몰리고 난국은 풀리기는커녕 꼬여갈 것이다. 과거 야당시절 스스로 외쳐온 특검제를 통해 의혹을 가리고 진상을 밝히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시도해야 할 때다. 떳떳하고 당당한 정면돌파만이 민심을 수습하고 잔여 정권임기의 부담을 더는 길임을 충고한다. 난국일수록 원칙으로 돌아가서 해법을 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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