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유리지갑」과 이자소득세

  • 입력 1999년 6월 13일 19시 53분


‘재산을 늘리는 데는 역시 은행예금이 최고’라는 오랜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지금까지 중산층의재테크는간단했다. 한달수입에서 일단 저축할 돈을 떼어놓고 나머지 돈으로 버티는 전략이다. 이런 생활패턴은 저축률을 높여 경제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요즘 증권시장이 ‘뜨면서’ 많은 사람들이 은행예금을 깨고 증권사로달려가고있다.연 8%대의 은행금리는 단기간 수십%의 수익을 올릴 수도 있는 증권시장과는 게임이 되지 않는다.

▽예금과 증권, 어느 쪽을 택하느냐는 개인 판단에 달려 있지만 현행 금리 및 세금구조가 증권쪽을 택하도록 분위기를 몰고가는 것은 문제다. 특히 24.2%나 되는 높은 이자소득세율은 은행예금을 고수하는 다수 중산층의 불만 요인이다. 은행 금리가 낮아져 애써 모은 돈에 대한 이자가 쥐꼬리만한데다 그나마 4분의1을 나라에서 가져가는 것이다. 여기에 인플레를 감안하면 은행 예금은 재테크가 아니라 현상유지에 불과할 수 있다.

▽현행 이자소득세율은 IMF체제 이후 금리가 30%까지 치솟자 불로소득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올려놓은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금리는 IMF 이전보다도 더 떨어져 이같은 명분이 설득력을 잃은지 오래다. 정부는 최근 세율인하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아직 ‘검토단계’다. 이유는 고소득층이 더 많은 혜택과 이익을 본다는 것이다. 고소득층에 대한 대책은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일부의 이익을 막기 위해 다수가 손해를 보고 있으라는 논리는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당국의 속셈은 다른 데 있는듯하다. 손쉽게 세금을 거두려는 것이다. 은행이자에 높은 세금을 매기면 그보다 쉬운 세금징수 방법은 없다. ‘유리지갑’인 샐러리맨의 월급봉투에서 꼬박꼬박 근로소득세를 떼가는 것과 마찬가지 방식이다. 순리대로 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손해를 본다는 느낌을 갖게 만드는 제도는 서둘러 손질을 해야 되지 않을까.

〈홍찬식 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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