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정진홍/「권력층 부도덕」심층보도 눈길

  • 입력 1999년 6월 13일 19시 53분


요즘 세상살이가 말이 아니다. 이런 저런 일들을 얘기할 필요도 없다. 아무튼 실망이라고 말하고 끝나면 속에서 치미는 분노를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고, 그렇게 분노를 터뜨리다 보면 어느 틈에 나를 지탱하는 힘이 뿌리부터 허물어지는 허탈감을 주체할 수 없다. 기가 막힌다.

이러한 시민의 정서는 자연히 신문에 대한 절실한 기대를 충동한다. 사안에 대한 더 정확한 보도와 사안의 맥락을 짚어 그 일이 일어난 까닭과 앞으로의 전망을 짐작할 만한 그 사안들에 대한 바른 풀이를 읽고 싶은 것이다.

게다가 답답한 시민의 희구를 신문이 대변해주기를 바란다. 그러한 몫을 신문이 제대로 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이를 정론(正論)이라 일컫는 것이고, 그러한 정론은 마침내 우리 삶을 삶답게 마련하는 힘을 우리의 공동체 안에 스미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지난주 동아일보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정론의 모습을 떳떳하게 보여주었다고 판단된다.

이른바 옷사건이 점차 권력 갈등을 내용으로 하는 정치적 화제나 일부 사회의 사치스러운 소비생활에 대해 입방아 찧는 사소한 이야깃거리로 흘러갈 즈음 7,8일자 2회에 걸친 ‘한국사회 부패지수’라는 기획기사를 마련해 문제의 심층을 폭넓게 살펴본 것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비록 대안을 시사하는 구체성이 아쉽기는 했지만 들뜬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는 좋은 기획이었다.

부패 문제는 다시 10일자 연속 기획기사 ‘클린21’을 통해 더 문제를 구체화하고 있고, 같은 날 문화면에 실린 원불교 종법사 대담은 독자들로 하여금 부패의 여운이 그 대담 내용에서 메아리치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주 사설, 예를 들어 7일자 ‘국정조사에 응하라’와 ‘검찰인사의 속뜻’, 8일자 ‘113개 시민단체의 분노’, 9일자 ‘장관경질로 끝낼 일 아니다’와 ‘국회는 열려야 한다’, 10일자 ‘더이상 조사할 필요없다더니’와 ‘파업유도 혼자 했겠나?’, 12일자 ‘대통령의 말하기와 듣기’, 그리고 오피니언 난의 동아광장 9일자 ‘큰정치를 위하여’와 ‘12일자 어경택칼럼 ‘성수대교와 라스포사’ 등은 당해 사안에 대한 폭넓은 설명, 그일들에 대한 건설적 비판의식, 그리고 시민이 말하고 싶은 내용을 시의적절하게 고루 담고 있어 답답하고 힘 빠진 마음을 조금이나마 시원하게 해주는 것들이었다.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11일자 A1면 인덱스에서 A5면에 실린다고 안내한 ‘DJ―YS 사건처리 차이’라는 기사는 그 난에 없었다. 12일자 A6면을 통해 ‘제작상의 실수’라고 바로잡고 있다.

김대중 정부와 김영삼 정부에 터진 대형 사건 사고의 성격과 처리방식의 차이점을 다루는 기사는 일종의 기획기사다. 청와대에서 김대통령이 국민회의 소속의원 및 당무위원들과 만찬을 들면서 시국과 관련해 주요 발언을 하자 기획기사를 빼고 청와대 만찬기사로 ‘판갈이’를 하는 과정에서 1면 ‘DJ―YS 사건처리 차이’ 인덱스를 빼지못한 것으로 어떻게 보면 제작상의 단순한 실수에 불과했다.

이런 제작상의 실수가 거듭되면 신문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또 제작상의 실수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바로잡습니다’로 한줄 처리한 것은 잘못이라고 본다.

정진홍<서울대교수·종교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