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상 받은 이불씨

  • 입력 1999년 6월 13일 19시 53분


“한국작가가 2회 연속 상을 받아 이번에 또 받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뜻밖입니다. 한국미술이 세계무대에서 계속 주목을 받게 되어 기쁩니다.”

제48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특별상을 받은 이불(35). 역량있는 젊은 작가들에게 주는 특별상을 받음으로써 세계적인 작가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는 수상 직후 기자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올해 1월 참가작가로 선정된 뒤 곧바로 작업을 시작해 지난달 19일 출국 전날까지 작품손질에만 매달렸다”며 이번 전시에 들인 정성을 표현했다.

이불은 지금까지 여성에 대한 사회적 억압과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을 꼬집는 작품에 몰두해왔다. 이번 출품작들에도 이같은 점이 표현되어 있다.

그는 “나를 페미니즘작가라고 분류하는 이가 많은데 옳다 그르다고 말할 수 없다. 나는 한국에서 여성으로 살고 있으며 여성이 처한 상황을 보고 있다. 내 작품에서 이같은 여성에 대한 인식이 자연스럽게 나타날 뿐”이라고 말했다.

본전시에 출품한 ‘사이보그’는 여성의 몸을 닮은 로봇조각. 한쪽 팔다리가 없는 불완전한 모습이다. 국가관에 전시한 ‘속도보다 거대한 중력’은 90곡의 팝송을 담은 노래방시설이다. 그는 “과학에 대한 맹신을 경고하는 한편 첨단 과학시대가 왔어도 여성을 여전히 성적대상으로 보는 기형적인 시각을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또 개인감정과 기성문물과의 대립과 소통을 나타내려 했다는 것.

그는 “이번 작품들이 관객들에게 ‘즐거운 작품’이 되면서도 쉽게 의미를 전달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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