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국 현안이 돼있는 ‘특별검사제’에 대한 얘기도 그렇다.
진형구(秦炯九)전대검공안부장의 ‘조폐공사 파업유도’ 발언 이후 여권 내에서 ‘자성론’을 듣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민심수습을 위해 이제는 특검제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얘기도 여기저기서 나온다. 하지만 아직은 “특검제를 받아들이면 검찰조직이 뿌리부터 무너질 수밖에 없고 검찰조직이 무너지면 ‘정권운용수단’이 없어진다”는 반론에 묻혀 있는 형국이다.
찬반론 자체에 시비를 제기할 생각은 없다. 어떤 사안이든 양론이 있을 수는 있다. 문제는 논거다. 언필칭 국민의 정부에서 검찰을 ‘정권운용수단’으로 보고, 특검제를 받아들이면 검찰조직이 무너진다는 발상법이 어떻게 횡행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고급 옷 로비 의혹사건’이나 ‘진형구 발언파문’은 모두 검찰고위인사가 당사자거나 관련자다. 법률가들이 입버릇처럼 되뇌는 이른바 ‘제척사유(除斥事由·재판권 행사의 공정과 국민신뢰를 지키기 위해 법관이 특정사건의 관계자일 때 재판에서 제외시키는 일)’라는 말이 기가 막히게 들어맞는 경우다.
특검제는 현 여권이 과거 야당 때부터 개혁의 대명사처럼 주장해왔다. 지금와서 ‘정권운용수단’이 없어진다는 논리를 내세운다면 과거에는 ‘정권을 흔들기 위해’ 특검제를 주장했다는 말인가. 그런 생각으로 검찰권을 행사해왔다면 현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된 사정(司正)도 사실은 ‘정권운용’의 한 방편, 다시 말해 표적사정이나 정치보복에 지나지 않았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김창혁<정치부>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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