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시내에 있는 쉐바흐유치원. 원생 30명에 교사는 2명. 현미경 사용법만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과학교사가 따로 있다.
5월18일 오전 원생 샤론(5)은 이쑤시개로 만든 눈금자를 들고 종이상자 안에서 ‘꿈틀꿈틀’ 기어가는 누에의 길이를 쟀다. 곧이어 ‘누에탐구일지’에 ‘5월18일, 11㎝’라고 적었다.
“일주일 전보다 2㎝가 자랐어요.”(샤론) “곧 나비가 되겠구나. 이 누에는 어떤 나비가 될까.”(교사 도릿·25)
샤론은 호랑나비 모자이크 조각을 맞추기 시작했다. 교사들은 지적능력 향상 학습은 따로 없다고 했다. 일상의 소재를 활용한 ‘통합교육’을 할 뿐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누에가 나비로 변하는 과정’을 눈으로 보고(EQ) 손으로 재고(수리력) 그리거나 짜맞추면서(상상력 및 소근육발달) 기본적인 능력을 터득합니다.”(도릿)
◆IQ에서 해방
이스라엘에서는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글자나 숫자를 따로 가르치지 않는다. ‘조심’ ‘노크’ ‘화장실’ 등 생활에 꼭 필요한 단어만 알려준다. 그것도 ‘그림’으로 가르친다. 공룡이란 단어는 못써도 공룡을 그리고 설명할 수 있게 키운다.
총선 전날인 5월16일. 이스라엘 대부분의 유치원에서는 ‘모의투표’가 실시됐다. 아이들은 △투표대상 정하기(색깔이나 동물을 추천받아 ‘후보’로 선정) △개표원 참관인 등 역할정하기(사회성) △투표용지를 ‘후보’별로 분류(소근육발달) △득표계산(수리력) △‘우승자’ 정하기(민주주의) 등 과정을 직접 경험한다. 이 덕에 아이들은 어른들이 얘기하는 선거가 낯설지 않다.
“‘밀레니엄 육아’에서 컴퓨터와 영어도 중요하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대처하고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키우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치원 교육을 총지휘하는 교육부 영유아교육담당관 달리아 리모르(57)의 말이다.
연극으로 유명한 예루살렘 인근 라메드헤이시(市) 키브츠의 나르키스유치원. 지난해부터 ‘One―day King(일일왕의 날)’ 제도를 운영 중. 한 달에 한 두번 금요일에 원생은 한명씩 돌아가면서 ‘왕’이 된다. ‘왕’은 왕관을 쓰고 망토를 걸친다. 아이들은 ‘왕’의 장점을 적어준다. 교사는 이를 파일로 만들어 준다. ‘왕’은 자신의 장점을 들으며 긍정적 자아를 확립하게 된다.
◆집중력〓재미+눈높이
5월18일 오전 나르키스유치원. 10명의 원생들이 똑같은 그림이 이미 그려져 있는 도화지에 각자 색칠하고 있었다. 교사 예디다(38)는 “3개월전 사망한 화가의 미완성 작품을 완성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림만 설명하기보다 작가와 그림을 함께 설명하면 훨씬 흥미를 보입니다. 죽은 화가의 미완성 작품을 완성한다고 하면 기분이 어떨까요?”(예디다)
이스라엘에서 4번째로 큰 도시인 홀론시(市)의 애쉬콜유치원. 7명의 원생이 과학교사 예치엘 사릿(55)이 만든 장난감으로 놀고 있었다. 건전지가 든 상자와 전구가 꽂힌 나무상자가 연결되는 순간 ‘와’ 탄성이 쏟아졌다. 아이들은 빛을 무지개 색깔로 비춰주는 광학안경을 쓰고 있었다. ‘재미’가 배어 있었다.
“집중력이요? 아이들 수준에 맞는 내용을 재미있게 가르치면 저절로 생기는 것 아닙니까?”(사릿)
교육부는 ‘재미’를 위해 3백여명의 전문가를 유치원교재 제작에 투입했다. 유치원교재의 세계표준화가 목표란다.
◆명절은 연결고리
이곳 육아에서 명절만큼 중요한 ‘재료’도 드물다. 구약성서를 자신의 역사로 믿기 때문에 명절을 성경에 기록된 그대로 보낸다
5월19일 낮12시 애쉬콜유치원. 20여명의 원생들은 흰옷을 입고 탁자에 둘러 앉아 우유를 먹었다.다음날이 모세가 하나님에게 성서를 받은 날을 기리는 ‘샤브옷’이기 때문. 성경은 깨끗하고 유태인에게 절대적인 도움을 준다는 의미에서 이들은 우유를 먹고 흰옷을 입은 것. 아이들은 명절을 통해 민족 자긍심을 느끼고 조상의 지혜를 배운다.
“2000년 동안 흩어져 살면서도 이스라엘을 건국한 힘이자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가는 힘의 원천이 바로 명절입니다.”(히브리대 심리학과 그린바움교수)
〈예루살렘〓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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