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성급 회담, 원칙갖고 따져야

  • 입력 1999년 6월 14일 19시 21분


오늘 판문점에서 유엔사와 북한군간의 장성급회담이 열린다. 서해의 우리 관할구역에 북한 경비정이 일주일째 침범한 사건을 다루기 위해서다. 이번 회담을 수용한 북한의 속셈이 어떤 것이든 이번 장성회담은 우리가 관할구역을 제대로 지킬 힘과 의지가 있는지를 보여주어야 하는 장(場)이다.

정부는 장성회담에서 북한군이 고의적이고 장기적으로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행위에 대해 확고한 원칙을 갖고 따져야 한다. 우리가 관할구역으로 수호해 온 해상영토가 침범당할 경우 단호히 격퇴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확인해야 한다. 이번같은 북한군의 침범도발에도 정부가 북측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지 못한다면 햇볕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자칫 햇볕정책의 성과에 연연해 북한의 침범행위를 적당히 넘기려 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온갖 의혹과 설(說)로 불안한 국민을 더욱 혼란속에 빠져들게 할 것이다. 대북(對北)문제건 국내문제건 포용과 금지의 선이 분명해야 한다.

정부 당국자들은 남북 차관급회담의 장관급 격상을 합의해 두었다고 자랑이다. 그러나 북한이 우리의 관할구역을 제멋대로 드나들며 위기를 고조시키는 상황에서 그런 남북회담이 과연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겠는가. 북한은 영해 12해리를 내세워 완충구역이 자신의 영해라며 여기를 우리 해군이 침범했다고 할지 모른다. 그것은 일반적인 국가관계에서나 가능한 주장이어서 서해를 군사분계선으로 구획한 휴전체제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 북측은 53년 8월 당시 마크 클라크 유엔군사령관이 통보한 NLL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으며 따라서 그것은 휴전체제상의 군사분계선으로 확정된 경계선이다.

북한의 군사분계선 침범은 정전체제를 무너뜨리고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기 위한 전략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한반도 문제는 남북 당사자간에 해결해야 하며 미국을 비롯한 관련 열강은 그것을 지원하는 입장일 뿐이다.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마련했던 정전체제를 장기적 평화체제로 전환하려면 남북기본합의서에 규정된 제반 장치를 가동시켜야 한다. 이 기본합의서가 실천돼 공존공영 체제가 신뢰를 받으면 서해의 관할구역 문제도 남북군사공동위에서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군까지 동원해 북한어민들의 어로작업을 지켜준 데 반해 오랫동안 그곳에서 고기를 잡아 온 우리 서해 어민들은 출어조차 못해 큰 피해를 보았다. 관할구역에서 국민의 생업활동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국가가 제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인지, 정부관계자들은 자문해보기 바란다. 정부는 서해 어민의 피해보상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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